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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ul 14. 2023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될까

리사의 love yourself

"함께 쓰는 지구별 여행"의 시간. 지구별 여행자라는 정체성이 나의 마음을 가볍게 한다. 따로 또 같이 이렇게 각자의 삶을 써내려 가는 기분이 좋다. 누군가에게 연결된 느낌. 아침의 시작에 힘을 주는 시간이다.


오늘의 아침 글쓰기는 아들의 공포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아들은 비바람, 천둥 치는 소리, 태풍 오늘날에 트라우마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그 비바람 치던 어느 강렬한 기억이 아이를 비만 세차게 와도 두려움에 떨게 한다. 등굣길에 우산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과 몸이 붕 뜨는 느낌이 아마도 많이 공포스러웠던 것 같다.


어제는 갑자기 울먹이며, 또 무서웠던 그 느낌이 올라온다 했다. 심지어 하늘은 아주 잠잠하고 고요하다. 비도 오지 않는데 문득, 그 감정이 떠올랐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그때의 무서운 마음이 올라오면 그냥 그 마음 친구 옆에 같이 꼭 있어 주라고. 우리 안에는 각자의 경험을 가진 마음 친구들이 살고 있는데 그 친구들은 수시로 존재를 알아달라고 느낌과 마음의 형태로 올라오는 것이라 했다.


"비도 안 오는데, 그냥 눈물이 나."라고 아들이 말한다. 나는 그 눈물이 무엇인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그 일이 다 지나갔는데도 그냥 불쑥 느낌이 올라와 나를 울린 적이 여러 날 있었다. 아들도 그런 감성을 가진 아이인 것이다.


아이가 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는지는 몰라도 '그 마음 아이랑 같이 있어 주라는 말'을 그 순간은 이해하는 것 같았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그 천둥 치고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의 무서워하던 아이가 살고 있다. 그 아이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날씨가 되면 툭 튀어나와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도 우리 아이처럼 그런 느낌이 있다.


어쩌면 아이에게 해 주고 있는 말이 나에게 해주는 말이었다. "마음이 느낌으로 말을 건네오면, 무시하지 말고 안아 줘." 그때, 나는 큰 수술을 받고 합병증이 와서 퇴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친구를 떠올렸다. 재발 암 수술 , 한 달이 흘렀다. 내 마음은 그 병원에 같이 머물렀다가 내 일상으로 나오기를 반복한다. 엄마, 아빠가 병원 생활을 많이 하셔서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의 병원생활은 트라우마다. 뭔가 병원 하면 마음이 아득하고 먹먹하다.


역시, 나도 나에게 말해 주었다. 트라우마의 극복은, 결국 다시 그 감정을 겪어 내는 거야. 이번에는 좀 더 큰 내가 함께 하는 것. 그때는 정말 너무 무서워서 속수무책으로 그 사건들을 겪어냈다면, 다시 경험하는 그 느낌 속으로 갈 때는 더 크고, 더 성숙한 내가 되어 그 어린 마음 아이 곁에 있어 준다. 그렇게 그 일이 다시 경험되고, 그래도, 그럼에도 괜찮다는 것을 같이 보고 돌아온다. 설령, 그 끝이 아픈 일이라 해도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은 아무 일이 없고 괜찮다는 것을 느끼고 안도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친구는 반가운 전화를 걸어왔다. 드디어 퇴원이란다. 일단 집에서 요양을 하고 살도 찌우고, 근력도 키우고 건강을 회복하기로 한한다. 다음 치료 과정은 1개월 후 진료 때 방향성이 나온다고 한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오늘 내 아침 하루는 그 소식으로 벅차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자고 수없이 다짐하지만, 수시로 경계에 부딪히며 나는 과거와 미래 속으로 빨려 들어가 현재를 죽였다.


오늘은 그러나 이 기쁜 소식으로 충만하다. 삶이 그 무엇도 이뤄지지 않아 헛헛해도, 나를 품어 줄, 따뜻한 집과 얼굴들이 있으면 그 무엇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치는 아침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고통, 공포,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문득 마음이 그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오늘은 지난밤 아들과 함께 각자의 두려움을 꺼내 놓았던 용기 덕분인지, 안도와 기쁨을 같이 선물 받는다.


괜찮다.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그저 건강하고 이렇게 호흡하며 살아 있다면 그것으로 잘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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