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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ul 18. 2023

23시간 59분과 1분 그 사이 어딘가

리사의 love yourself

오늘도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이 오면 분주하게 몸을 일으켜 하루를 맞아요. 오늘도 우주에게 잠시 빌린 몸을 데리고 여기, 저기 지구별 체험을 하느라 바쁘겠지요. 오늘은 동료 작가님 JuneK님의 글을 보고 받은 영감으로 아침 글을 씁니다.


수능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저의 고3은 답답함과 막막함이었던 것 같아요.

수능이 끝나자마자 바로 입시를 하느라 수험생의 자유는 누린 기억이 없다. 허벅지 안쪽이 닳아빠진 엔지니어드 진에 에어가 누렇게 바랜 맥스 95를 매일 교복처럼 입고 신고 (부모 허리가 휘는 소리가 들리고) 760 버스를 타고 콧잔등 밑에 렘브란트 700을 거뭇하게 문대로 쓰러져 자기 바빴던 기억뿐.
- JuneK 작가님 글 중에서
https://brunch.co.kr/@junekook/63

저마다의 인생 무게를 지고, 아직 아무것도 세상을 알지 못하는 어리던 소녀가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시간이지요. JuneK작가님은 입시를 준비하셨던 모양입니다. 다양한 친구들이 수능 후에 자기 길을 걸어갑니다. 성적에 맞춰서 혹은 재수를 준비하기도 하고 원하던, 원하지 않았던 지역으로 대학으로 출발합니다.


대학으로 향하는 첫걸음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신중했을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이 이렇게 때론 고단하고 어려워서 가끔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고3 끝에서는 그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내 친구들도 떠올려 보고, 오늘의 작가님도 떠올려 보며. 우리는 어딘가 닿아서 이렇게 어른이 되어 살아갑니다.


고된 고3 생활을 마친 딸의 작은 소망을 조용히 배려해 주던 그 마음이 새삼 사무치게 고맙다. 운전을 해보니 엄마를 더 이해하게  된다. 엄마의 소나타 투는 늘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점잖게 멈추곤 했는데 그것 또한 그의 '배려'였다.
- JuneK 작가님 글 중에서
https://brunch.co.kr/@junekook/63


그리고 부모님을 떠올려도 봅니다. 엄마의 배려가 어른이 되면 더 크게 밀려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몰랐을까요? 그 모든 엄마의 행동들에는 모두 자식에 대한 사랑이 서려 있어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런 자식이 되고 싶어 참 애쓰고 살았던 우리였지요. 입시 공부보다 때론 더 중요한 어른으로서의 인생살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엄마는 이미 아셨기에 그렇게 더 애잔하게 우리를 뒷바라지하셨을까요?


하루 23시간 59분쯤은 괜찮다가도, 가끔은 어떤 순간은 견딜 수 없이 야속하다.
- JuneK 작가님 글 중에서

 하루 23시간 59분쯤은 괜찮다가도, 1분, 그 짧은 어느 시간은 정말 견딜 수 없이 삶이 무겁게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날들을 기억합니다. 기가 막힌 표현이 아닐 수 없어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하루 24시간 중 어느 1분, 이 1분의 시간이 때론 23시간 59분을 집어삼키기도 합니다.


그 1분을 고통의 시간으로도 볼 수 있고, 행복을 맛보는 성취감의 시간으로도 그려볼 수 있겠습니다.


나이가 조금 더 들어 보니, 힘겹게 버틴 23시간 59분이 그럼에도 참 의미 있었습니다. 인생은 어쩌면, 각자의 그 1분의 성취감과 행복을 위해 23시간 59분을 힘겹게 달려가는 일이 아닐까 착각을 하며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그 1분도 아낌없이, 남김없이 그렇게 다 소중하게 써야 할 선물이자 보배였습니다. 견디기 힘든 1분, 사라지고 싶은 1분,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숨 가쁜 1분, 친구와 이별을 두려워하는 1분, 엄마의 고통을 알아버린 1분, 당신을 사랑해서 멈춰버렸으면 했던 1분, 글을 쓰다 꺼이꺼이 목놓아 울던 1분, 첫아기를 안아 보며 벅차오르며 신비롭던 그 1분...


그 수많은 1분을 아낌없이 사랑하고 싶습니다. 조금 덜 아플 때, 건강할 때, 더 많이 사랑을 줄 수 있을 때.. 내 인생 시계가 23시간 59분을 야속하게 내달려 가며 마지막을 고할 때.. 우리는 그 마지막 1분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주는데 쓰게 될 것입니다.



오늘 작가님의 소중한 글감으로 글을 쓰며.. 작가들님이 쓰신 소중한 글이 제게 다가와 마음에 담긴 그 수많은 1분의 시간들을 사랑합니다. 아깝다 여기지 않고 소중해서 충분했다고 그렇게 말해 주고 싶은 날입니다.


#글루틴 #팀라이트 #김리사에세이 #함께쓰는지구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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