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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ul 18. 2023

비가 오면 낯설어지는 풍경

리사의 love yourself

동료의 글감으로 글쓰기의 매력에 푹 빠지며.. 이번 글은 모아 moi 작가님의 글 중 <비가 오면 낯설어지는 풍경>이라는 글에서 마음이 풍덩 빠졌다.


비가 내리는 날이 싫지만은 않다. 어스름한 새벽 잠결에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 잠에서 깰 때, 그 기분이 좋고, 흙과 섞인 묘한 비 냄새가 좋다... 차분해진다. 항상 바라보던 세상이 비가 오는 날이면, 세상에 다른 필터가 씌워진 기분이다.
- 모아 moi 작가님의 글 중에서
https://brunch.co.kr/@serada/34


나는 비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릴 적부터 줄곧, 나는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했다. 왠지 몰라도 그냥 비가 좋았다. 그런데 모아 작가님의 글을 보니 내가 왜 비 오는 날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아버렸다. 글을 읽으며 감동하는 순간은 이런 순간들이다. 표현되지 못한 나의 마음을 그의 글을 통해 대신 전해 듣는다. 비구름으로 어둑해진 하늘 '덕분에' 나는 그제야 비로소 내 우울한 마음을 위로받는 것 같았다.


비구름으로 어둑해진 하늘 때문에 전체적으로 회색빛이 도는 세상이 되면, 맘껏 차분하다 못해, 약간은 우울해져도 괜찮을 것 같다. 애써 웃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편안해지는 것도 같다. 빛줄기들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 바깥세상이 온전하게 보이지 않는 것도 좋다.
- 모아 moi 작가님의 글 중에서
https://brunch.co.kr/@serada/34


너무 맑은 날에는 오히려 외로웠다. 하늘이 너무 맑고 눈부셔서, 내 슬픔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 저 혼자 너무 밝아서 그랬던 것 같다. 비 오는 날에는 약간 우울해져도 괜찮을 것 같다는 모아 작가님의 글이 공감이 간다. 애써 웃지 않아도 괜찮고, 약간 우울해진 마음도 비난받지 않을 날씨라 편안한 것이다.


온 세상이 물 빠진 듯 채도가 낮아진 세상, 살짝 어둑해진 풍경, 달라진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다. 오늘은 마음 놓고 템포가 느려져도, 기분이 가라앉아 있어도, 나의 그런 모습이 가려지는 듯하기 때문이다. 빗방울이 우산 위로 떨어져 흘러내릴 때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내 앞의 낯설어진 풍경과 함께 내 길을 걷는 시간을 좋아한다.
- 모아 moi 작가님의 글 중에서
https://brunch.co.kr/@serada/34


이 표현은 정말  그림이 그려져  글로 쓴 아트같다.  "온 세상이 물 빠진 듯 채도가 낮아진 세상, 살짝 어둑해진 풍경"


이런 마음들이 내게 머물다 갔다. 사실 지금은 글쓰기를 하며 좀 좋아졌다. 화창하게 맑은 날에도 기분이 우울해도 괜찮다고 위로해 줄 줄 안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그 어떤 마음이 그 어떤 계절에, 날씨에, 시간에 찾아와도 다 안아줄 용기다. 나는 조금 용기가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내 안에는 비가 몹시 내리던 흐린 하늘에 기대어 위로받는 우울하고 슬픈 아이도 남아 있다.



언젠가 떠날 것이다. 그 아이는 이제 점점 자라나 어른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모아 작가님처럼, 빗방울이 우산 위로 떨어져 흘러내릴 때 나는 빗소리를 참 사랑한다. 내 앞의 낯설어진 풍경과 함께 길을 걸으며, 세상과 내가 둘이 아닌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어쩌면 원래 온 우주가 바다와 같이 하나의 의식으로 머물었을 것이다. 그러다 너무나 심심했던 신이, 물방울에게 여정을 떠나게 했을지 모른다.


물방울 여정. 홀로 떨어진 개체로, 그렇게 지구별 여행을 다녀오라고 신이 잠시 숙제를 내준 것일지도 말이다. '숙제로 풀지, 축제로 맞을지 네가 선택해' 이렇게 말을 하면서.. 나는 오늘도 비가 오는 카페에 앉아 흐려진 하늘을 보며 편안함을 느낀다.


마음이 가라앉고 우울해도 괜찮다. 신이 다 필요하니까 그런 마음도 만들어 준 게 아닐까? 세상에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믿는다. 심지어 불뚝 솟아오르는 분노와 화도 말이다. 오늘은 비 오는 날을 사랑하기로 한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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