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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ul 24. 2023

나의 사랑 뽀르뚜가 아저씨께

리사의 책 속 보물찾기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라는 책이 다가왔다. 너무 어릴 적에 본 책이라 기억이 가물 가물하다. 아이 독서논술 관련 책이라 다시 인연이 되어 열어 본 책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가..


자꾸 눈물이 난다. 어른이가 읽어도 눈물을 흘리게 하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나는 책 속의 제제가 되어 어린 꼬마아이 제제의 커다란 절망과 슬픔에 하나가 된다. 슬픔의 눈물이 흐르다가 나중에는 제제가 작은 새를 떠나보내고 밍기뉴(제제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떠나 보내는 이별과 성장을 담담하게 감정을 누르며 보고 있었다. 뭔가 직감적으로 여기에서 마음이 터지면 주체가 안 될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나보다.


그런데 정말 진정한 보살핌과 사랑을 알게 해 준 마누엘 발라다리스 씨, 사랑하는 뽀르뚜가를 보내는 슬픔에서는 그만 나도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터져버린 눈물에 책을 보는 카페에서 휴지를 여러 장 적시고 만다. 바로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었다. 나의 내면의 어린아이도 함께 운다. 아직 자라지 못하고 머물고 있는 내 안의 내면아이. 오늘은 그 아이 중 하나가 [나의라임오렌지나무]라는 책을 만나서 감정으로 떠올라와 나를 만나고 간다.



눈물이 흐르고 나니 편안하고 차분해 진다. 슬픔은 이렇게 예고도 없이 나에게 특정한 인연과 만나 터져나오는데 오늘은 제제라는 아이가 나의 내면아이의 슬픔과 만나서 같이 어른이 되어 나오는 경험을 한다. 고맙다 정말 이런 소중한 시간을 만나게 해 준 작가와 나의라임오렌지나무 그리고 제제..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가에게...


내가 나의 삶 속에서 만난 뽀르뚜가는 책 속의 아저씨 처럼 다시 못 볼 먼 곳으로 떠나간 것 같다. 나에게 정말 크나큰 사랑과 감동과 모든 것을 다 알려준 것 같은 그가 이제 인연이 다하여 떠나갔다. 그 슬픔이, 거대한 내 안의 슬픔이 제제의 이야기 속 사랑하는 뽀르뚜가와 하나가 되어 차분히 눌러 놓은 나의 아픔 마음을 건드린다.



나는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가에게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는데  아마도 이런 이야기가 될 것같다. 당신을 떠나보내게 되는 것은 가슴 한 구석이 구멍 난 것 같은 허전함과 쓸쓸함이 었는데 다시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니 그것은 상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당신을 사랑했던 시간을 빼 버린 공간의 공백이었고.. 그렇게 사랑하고 사랑받던소중한 감정을 일깨워 준 그 모든 기적과 같은 순간을 떠올리면 마음의 구멍이 스르륵 메워지며 따스함이 차오른다고..



그 모든 함께 한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가에게 오늘도 어느곳에 있든 사랑하고 사랑받는 그런 당신이길 바랍니다. 축복합니다. 모든 순간 모든 날들을.



제제는 이제 마흔이 훌쩍 넘은 어른이 되었는데 나도 마흔의 어른이 되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뒤늦게 다시 읽어 보니 어릴 적 막연하게 기억하는 성장소설하나에서 너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쏘울 메세지를 전달 받은 기분이 든다.



나는 마흔이 다 되어서야 내 안의 어린아이와 조우하고 어릴 적 읽어야 했던 내 마음을 읽고 어릴 적 실컷 쏟아야 했던 눈물들을 이제 쏟는다. 이제라도 어떤가..나만의 그 아이를 키워서 더 자유롭고 행복한 내가 될 수 있다면 더 많은 내면아이들과도 나는 기꺼이 만날 것이다.



더 많이 어릴 적 못 읽었던 책들을 만나야 겠다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깨워주고

엄마인 나의 내면의 친구들과 만나게 되는 소중한 독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제제의 거대한 슬픔과 아픔 속으로 풍덩 들어가서 같이 성장해서 돌아 나오는 그 길을 오늘 같이 걷는다. 슬프면 슬픈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마음이 올라오는 그 대로, 저항없이..



밍기뉴가 처음으로 피운 꽃 한송이의 의미를 그리고 작은 새를 떠나보내며 들었던 그 마음을, 뽀르뚜가가 하늘나라로 가고 난 후 하늘을 보는 제제의 마음은 수 많은 이별을 하고 뻥뚤린 내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나는 제제처럼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온 몸과 마음으로 슬픔을 표현하고 다시 일어 난 제제에게 깊은 감동을 받으며, 그럼에도 죽어버리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그 삶에 대한 사랑.. 우리가 모두 가져야 할 그런 마음 조각이 아니겠는가..



마지막 대사는 아직도 내 마음을 울린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영원히 안녕!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 구성에서 초등학생들이 읽기 쉽도록 삽화도 들어있고 글도 편하게 번역되고 엮여져 있다.


밍기뉴, 제제의 라임오렌지나무 이름. 이것을 보면서 어린 시절 우리는 참  별명짓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나만의 비밀 친구, 그런 것들이 다 있었지 싶은데 나는 어른이 되어서 그런 것을 가져보는 것 같다.


너무 일찍 철이 든 나는 어릴 적 못해 본  많은 어린아이의 행동들을 겪게 되는데 이것도 그냥 그대로 수용하는 중이다. 나이 들어 이게 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 내면의 비판자가  있기 때문에 나의 내면아이가 자라지 못했던 것이다. 괜찮다. 이제라도 나는 못해 본 감정들을 느껴 주고 그리고 그 아이가 떠나려 할 때 그렇게 곁을 보내 줄 것이다. 이게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제제의 아빠가 실직자여서 오랫동안 직업없이 지낸다. 그리고 제제네 가족은 생계가 너무 힘들고 어려웠는데 이때의 제제 심경이 이렇게 쏟아져 나온다.



제제가 아빠가 없는 줄 알고 불쑥 터트린 말 한마디,


아빠가 가난뱅이라서 진짜 싫어



그런데..아빠가 그곳에 계셨다. 제제는 너무나 큰 죄책감에 시달리고 일찍 철이 든 제제는 그 말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들을 하는데..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 말을 들은 아빠의 표정을 이렇게 삽화로 표현이 되어 있는데 제제의 당황스러움과 미안함 죄책감이 나는 함께 그려졌다. 아빠도 너무 속상하였겠다. 그러나 무엇보다.제제가 나는 더 가엽다.


제제가 라임오렌지나무인 밍기뉴에 기대어 앉아 하늘을 보며 나누는 대화가 인상깊다..정말 많이 마음에 남는다.



"제제, 우리가 기다리는 게 뭔데?"

"하늘에 아주 예쁜 구름이 하나 지나가는 것."
"뭘 하게?"
"내 작은 새를 풀어 주려고."
"그래, 풀어 줘. 이제 새는 필요 없어."


제제의 작은 새는 제제 안의 두려움을 이기고 힘겨운 순간을 살아가게 해주는 하느님이 보내주신 천사와 같은 존재이다. 힘들 때 마다 작은 새가 노래를 불러 주는 소리를 들으며 그 순간을 이겨내는 제제. 나는 이 부분에서 나의 작은 새를 떠올린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목소리는 무엇일까? 내게 작은 새란 무엇일까? 어쩌면 내가 작은 새를 잃어서 최근 몇년간 이토록 삶이 힘들어 졌던 것일까?


제제에게 갑자기 이 말을 해 주고 싶어졌다.


제제야!

작은 새는 네가 떠나보내고 이별해야 할 존재가

아니란다.


작은 새는 네 안에 언제나 함께 할거야. 네가

그것을 잃지 않는 다면 네 삶이 흔들리고 길을

잃을 때 마다 작은 새가 너에게 길을 알려

줄 거야..


작은 새는...


바로 네 안의 더 큰 너야.. 나도 작은 새를

잃어 버린 줄 알고 외로워 했는데 사실 늘

작은 새는 나와 함께 했더라고.. 잊지마

제제야..

작은 새는 네가 놓아 보내줘야 할 무언가가

아니야..

너를 더 크고 단단하게 키워 줄 네 안의

신성의 목소리란다..



이렇게 나는 작은 새에 대한 생각을 오래

해 보았다. 작은 새란 누군가에겐 희망, 누군가에겐 절대자의 사랑, 또 누군가에겐 지금 내 곁을 지켜주는 가족이자 연인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해 보게 하는 책이라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세월이 많이 흘러도 청소년필독도서, 그리고 어른이들을 위한 책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를 거침없이 울려버린 사랑하는 뽀르뚜가..



제제가 그와 차 안에서 나눈 수많은 대화들을 아름답게 바라보았다. 책이지만 영상처럼 나에게 이 장면이 흐르면서 나의 삶에서도 이런 장면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나도 드라이브를 하면서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수많은 사랑을 느끼게 해 준 대화들을 기억한다. 그런 뽀르뚜가가 하늘나라로 그것도 처첨한 교통사고로 갔다고 하는 것을 직감한 순간의 제제의 마음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되기 힘든 비통함 일것이다.



라임오렌지나무가 잘려져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고통과 절망도 엄청난 것이었지만 힘든 가정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사랑이 무엇인지를 따뜻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 제제는 사랑하는 뽀르뚜가를..잃었다는 그 슬픔이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을 다시 살아갈 힘을 낼 수 없을 그런 절망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제제는 그 시간을 그렇게 아프면서 그렇게 그야말로 산 송장 처럼 그렇게 보낸다. 온 몸으로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면서..뽀르뚜가를..그리고 밍기뉴를 보낸다. 꿈을 꾸면서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면서


빛이 스며들었다.
 아름다운 하늘 조각이 보였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다시 눈물이 솟기 시작하였다.
하늘이 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나는 모르고 있었다.



제제에게 하늘이란 사랑하는 이와의 아픈 이별이고 분리이다. 하늘은 닿을 수 없는 그들이다.

 하늘을 보면 그가 떠오르고 아프다.. 이번에는 밍기뉴가 꿈속에 나타난다. 그리고 제제가 말한다



"그러면 너는 꼬마 슈르르까야."
"네가 주던 우정을 더는 바라면 안 될까?"
"그러지 마. "
"의사가 울지도 말고 흥분하지도 말랬어."
"나도 그건 싫어."
"네가 너무 보고싶어서 왔어."
"그리고 네가 다시 건강해지고
 기뻐하는 것을 보고싶어. "


 "살다 보면 다 잊혀져."




살다 보면 다 잊혀져..그렇다. 살아 본 어른들의 말..살다 보면 다 잊혀져..그러나 그 거대한 슬픔의 중심에서 한번쯤은 서서 슬픔과 하나 되 보아야 그 슬픔을 진정으로 잊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것은 어른이 되어 배우게 된 진실이다. 슬픔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 할 용기가 있어야 그 슬픔을 통과하여 지나 갈 수 있는 것이다.



제제가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와 대화하는 삽화 장면이 참 따뜻하다. 이래서 그림책이 주는 효과와 효용을

높이 산다. 수많은 말보다 그림 한 장면이 때로는 더 많은 말을 전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제의 꿈속에 나타난 사랑하는 뽀르뚜가..아빠가 아니지만 아빠로 나나타 이런 말을 들려준다. 뽀르뚜가는 어쩌면 모든 아이들이 바라는 그런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일 것이다.


있는 그대로 우리를 소중하게 여겨주고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그런 넓은 가슴을 그는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뽀르뚜가의 존재가 필요한 것 같다. 왜냐면 수많은 어른이들이 아직 자라지 못한 내면아아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당신이 나타나셔서
제게 그림 딱지와 구슬을 주실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가,
제게 사랑을 가르쳐주신 분은
 당신이었습니다.


사랑이 없는 삶은 무의미 하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은 어른이 된 제제가 사랑을 나눠주는그런 어른이 되어 살아간다는 이 부분에서 많은 치유를 받는다. 우리가 결국 나아가야할  방향은 사랑을 나눠주는 그런 삶이다. 사랑을 충분히 받아 본 사람은 그 사랑의 힘을 통해서 또 그런 사랑을 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도 살면서 받은 엄청난 사랑을 이제 나눌 줄 아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어른 자아의 또 다른 내가 말을 걸어 온다. 어린 자아는 사랑을 계속 원하고 어른 자아는 이제 나눠 줄 때라고 한다. 지금도 나는 이 수많은 자아의

목소리 속에서 내 삶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 삶을 살아간다. 이런 길잡이 책을 만나 감사하고 요즘 처럼 결핍이 적은 환경에서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느낄런지 모르겠다. 당장 우리 아이들 부터 그럴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세상에는 이렇게 가난으로 가정폭력으로, 정신적 폭력으로 많은  힘든 아이들이 있다. 그런 힘든 시간을 지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철이 들어야만 했던 그 많은 제제들에게 작가는 말을 건넨다.



여기까지 잘 왔다고,

참 애썼다고,

그리고 죽지않고 잘 자라줘서 고맙고

사랑을 나눠주는 삶을 살아가줘서 고맙다고.



나는 그런 어른일까?


부디 그렇게 되어가길..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영원히 안녕!이라는 말이 아직 아픈가보다. 아직 나의 사랑 뽀르뚜가와 결별한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도..그래서 나는 이렇게 마무리 하고 싶다.



사랑하는 뽀르뚜가,
정말 고마웠어요..
미안해요.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내내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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