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책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한 작가님의 글 쓰는 마음이 가슴속으로 물결치며 들어오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오늘 아침의 작가님과의 데이트는 이분이 되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입니다. 글루틴 글감 '과자'에 대한 글을 글향 작가님이 연결해 주셨어요. 과자에 관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만나 보실까요?
"바람에 실려 푸르게 날아오는 소나무 향기 같은 것,
꼭꼭 씹어서 먹고 나면 더욱 감칠맛 나는 잣의 향기 같은 것,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대하고 사랑할 때의 평화로움 같은 것,
누가 나에게 싫은 말을 해도 내색 않고 잘 참아냈을 때의
잔잔한 미소 같은 것
날마다 새롭게 내가 만들어 먹는
기쁨 과자 기쁨 초콜릿 기쁨 음료수
그래서 나는 평생 배고프지 않다.
이해인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중에서
저는 이렇게 이해인 수녀님의 책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과 연결되었습니다. 그중에서 또 아름다운 시가 있어 함께 나누고 싶어요.
책이 되는 순간
살다 보면
내가 당신 앞에
책이 되는 순간이 있어요
대충 넘기지 말고
꼼꼼히 읽어주세요
스치지만 말고
잠시 사랑으로
머물러주세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한 권의 책인 내가
당신을 읽는다는 것도
기억해주세요
끝까지 다 읽어보지 않고
나를 판단하진 말아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어느 날
아름다운 우정이
우리 사이에 꽃으로 피어나는 기쁨을
기대할게요
이해인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중에서
책이 되는 순간이라는 시는 왜 나의 마음을 끌었을까요? 어쩌면 저의 마음과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쓰면서 느꼈어요. 우리 모두는 한 권의 책이 되고, 서로가 서로의 책을 읽고, 읽어주면서 그렇게 서로를 알아봐주는 순간을 맞고 싶습니다. 끝까지 다 읽어보지도 않고 판단하지 말아달라는 이해인 수녀님의 말에 공감했어요. 그날의 나의 슬픔에 머물지 말고 책의 마지막에 피어난 안도와 기쁨, 사랑의 미소까지도 읽어봐 준다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책이 되는 순간, 하나의 완성된 삶이 되고, 펼쳐진 그대로 그리고 닫혀진 그대로 참 아름다웠다 말할수 있겠습니다. 그런 어느 날 아름다운 우정이 우리 사이에 꽃으로 피어나는 기쁨도 기대하겠습니다. 기왕이면 동백꽃처럼 붉고 밝고 강열하면 좋겠습니다. 낙화할때도 그렇게 초라하지 않게 송이채 아름다움으로 빛날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도 당신 옆에 나란히 붉고 아름답게 누워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날입니다.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시는
<나무가 나에게> 입니다. 지난 저의 우울증을 치유한 것이 바로 자연 속에서 걷기, 그 중에서도 나무와 호흡하기 였어요. 수녀님의 시 <나무가 나에게>라는 시는 그런 나무의 숭고한 아름다움과 견디는 힘으로 뿜어져 나오는 생명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나무가 나에게
<이해인>
아파도
아프다고
소리치지 않고
슬퍼도
슬프다고
눈물 흘리지 않고
그렇게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견디는 그만큼
내가 서 있는 세월이
행복했습니다.
내가 힘들면 힘들수록
사람들은 날더러
더 멋지다고
더 아름답다고
말해주네요
하늘을 잘 보려고
땅 깊이 뿌리내리는
내 침묵의 언어는
너무 순해서
흙이 된 감사입니다
하늘을 사랑해서
사람이 늘 그리운
나의 기도는
너무 순결해서
소금이 된 고독입니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무같은 사람이 될 자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삶이 힘겨울때는 나무를 보며 조금이라도 나무같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준 것이 없는 나에게 나무는 늘 아파도 아프다고 소리치지 않고 슬퍼도 슬프다고 눈물흘리지 않아요. 그저 묵묵하게 땅 깊이 뿌리내리고 순결함으로 소금이 된 고독입니다. 나무의 고독이 나를 안아주고 나는 나무처럼 아래로 위로 그렇게 자라나서 사람들에게 그늘을 주고 기댈 밑둥을 줄 것입니다. 오늘도 책을 읽고 나무처럼 자라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나무를 보며 자란 나의 사랑은 어느날 지극하게 깊어져서 당신에게 초록 잎사귀가 되어 다가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희망이 있어 오늘도 감사합니다. 주변의 많은 분들을 먼저 떠나 보내고 슬픈 마음을 담은 글들도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에는 담겨 있어요. 누구도 이별을 피해갈 수는 없지만 수녀님의 맑은 글들이 아직 살아있는 우리에게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되어 힘이 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