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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an 18. 2023

수선화에게

시가 마음을 적실 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음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






오늘은 세상에 나 홀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외로움마저도 사랑하라고 하는데 정호승 시인의 이 시가

나에게 와 위로를 주고 간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고

세상 일들이 망연히 멀게만 느껴져 오늘 좀 쉬어가리

마음을 먹고 멍하니 앉았다.


모든 사라져 가는 아쉬운 것들에 목이 멘다.

내게 와서 따뜻함을 가득 안겨주고

소식도 없는 그 다정함들의 무심이 나를 더 외롭게 하는 그런 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고마웠으니 다시 오지 않을 시간과 다정함에

진한 그리움으로 화답할 뿐이다.



열심히 살아도 삶은 때론  헛헛함이 가득인데

오늘은 어떤 기대와 희망으로 하루를 채울까

답을 알지 못할 때



오늘은 마음을 쉬고

시 한 편을 벗 삼아서 잠시 기대어 보는 밤이다.

가끔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는 정호승

시인의 시에서 그의 외로움을 같이 마주한다.



누구나 다 어느 날은 외롭고 어느 날을 헛헛하여

하던 무수한 일들에도 의미를 잃을 텐데

그래도 공명하는 시인들과 작가님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눈물이 나면 눈물이 난 채로

삶에 기대어 오늘을 기울이면 어떨까..


당신의 삶에 시가 다가와 마음을 적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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