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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Sep 21. 2023

잃어버렸다

리사의 love yourself

오늘은 피드백이라는 주제로 글을 연다.


다양한 피드백을 받으며 살아가는 우리들. 타인을 과도하게 의식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나도 그중 하나이다. 피드백을 받으며 기뻐하기도 했고 공감과 위로, 응원, 격려 그 무엇이든 좋은 것을 더 많이 얻었다. 부정적인 피드백은 관심이라 생각했다. 나도 사실 별 관심이 없으면 부정적인 말도 그 무엇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나를 깨어나게 하는 건 잃어버린 마음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피드백이다.


나는 잃어버렸다.

매일 글을 쓰며 그 모든 나를 피하지 말고 마주하자고 하던 내 마음을 잃어버렸다.


글쓰기가 싫어서 회피 중이다. 독자를 향하는 글은 있는 날것 그대로의 나를 담기가 어렵다. 거르다 보니 가려운 곳을 긁기가 어렵다. 자신의 가려운 곳도 긁으면서 너무 과하지 않고, 또한 독자들에게 커다란 선물까지 다 주는 글을 쓰는 작가는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우회적으로 돌려도 직구를 맞은 것과 같은 결과를 주는 글들. 그 모든 글들은 이런 대면하기 싫은 지난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글쓰기일 것이다.


무슨 마음이 나를 즐겁던 글쓰기 앞에서 머뭇대게 할까? 그것은 '잘하고자 하는 힘'이 들어가서 인 것 같다. 비교하지 않기로 다짐을 하고서, 또다시 나를 비교라는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린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충분히 훌륭하다' 말하고서, 한편으로는 또 '그곳'에 가서 기웃거린다.


부정적인 마음들은 왠지 봐주기가 싫다. 발랄하고 힘찬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그런데 고인 물이 얼마나 많은지 퍼내도 끝없는 그 삶의 우물 같은 것이 내 안에는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떤 작가님께서는 자신 안의 고인 물을 퍼내려 글을 쓴다고 하시는데 나의 글 작업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흐르지 못하고 고인 물 '도 다 사랑스러운 나인데 왜 나는 맑고 예쁜 물만 사랑하고 있는가?


'조금 더 솔직해지자'라고 말한다. 쓰기 싫은 날은 '오늘은 참 글이 쓰기 싫다.'라고 면 된다. 상실감으로 다시 마음이 슬퍼지면, '오늘은 또 그 잃어버린 것 때문에 슬펐어.'라고 쓰면 된다. 내가 잃어버린 건, 제1호 독자, 바로 나이다. 글쓰기 싫은 날 예전 글을 불러오면, 과연 그 글은 오늘의 나인가? 그 글은 과거의 내가 쓴 글이지만, 오늘의 나는 아니다. 다시 말해, 오늘의 나는 글을 아무것도 쓰지 않은 것이다.


오늘과 만나서 새로운 내가 되어야 한다. '단 한 줄'밖에 쓸게 없어도 좋다. 때론 강렬한 한 단어만 쓰고 마는 날도 올 것이다. 이를테면..


"하, 참..."  이렇게 말이다.



그렇게 다시 잃어버린 것과 만나는 아침이다. 어차피 너는 나이고, 나는 너와 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평생을 동행할 테니, 나를 잃지 말아 줘.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피드백을 너에게 줄게,


"네가 쓰는 모든 글을 단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그러니 보여줘, 너의 솔직한 마음을 말이야.


#글쓰기 #초심 #글을쓰는이유 #솔직함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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