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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Nov 10. 2023

당신의 우울한 밤이 안녕하기를

마음 돌보기 일상

당신의 낮이 안녕하기를..

그리고 밤이 안녕하기를.

낮과 밤 그 사이도 행복하기를..

당신이 항상 평온하기를..





마음을 들여다보면 이상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예전엔 알아차리지 못한 세밀한 감정들까지 고스란히 느껴지고 흠칫 놀라는 일이 많다.


"뭐야 이 감정은??"

요즘 정말 밝게 잘 지내고 있는데, 우울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또 너구나.."


다행인 것은 오랜만에 우울을 만났다는 것이다. 예전엔 많은 시간을 우울이라는 마음과 함께 지냈다. 우울이 내가 되고, 내가 우울 그 자체가 된 시간들을 보냈다. 그런데 마음을 돌보면서 한껏 우울을 껴안았더니 그 우울이 옅어져 갔다. 그렇게 마음을 있는 그대로 느껴 주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우리는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들이 찾아오면 피하고 싶어 한다. 우울, 불안, 죄책감, 수치심, 버림받는 느낌, 무시당하는 느낌 등 다양한 부정적 마음들이 우리에게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나의 경우, 주로 우울이었는데 내가 우울을 주 감정으로 만나게 된 것은 분열된 내면 자아들 때문이었다.


유능한 나, 사랑받는 나,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서있던 무능한 나, 사랑받지 못하는 나가 팽팽하게 맞선다. 유능하고 잘난, 사랑받는 나가 이기면 이길수록 나는 반대편 자아들을 비난하며 못 나오게 막아선다.


"나는 너 따위 볼품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런 너는 꺼져버리라고, 다시는 나타나지 마. 나는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살 거야."



반대쪽 지질한 자아가 버림받은 마음에 슬퍼한다.


"나는 이 따위로는 사랑받을 수 없구나. 나는 불필요한 존재야, 무능하고, 못났고, 우울하고 슬퍼. 영원히 나는 필요 없는 존재였어."


둘 사이의 마음의 힘이 팽팽히 맞설수록 나는 우울했다. 이런 너도, 저런 너도, 그런 너도 다 나라고 인정해 주면 어떨까.. 슬픈 아이가 하도 자주 나타나서 그제야 반대쪽 자아를 만났다.


"너구나.. 슬프다고 하는 마음이.."


제대로 아팠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그제야 볼 수 있었다. 남편에게도, 친구에게도, 엄마에게 조차도 나는 무능한 모습 그대로 일수 없어서 슬펐던 거였다. 가장 가까운 그 누구에게도 나는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더 무능해지고, 나약해진 나를 키운다. 그렇게 몸집이 커질 대로 커진 무능이 우울이라는 얼굴을 내게 내밀었던 것이다.


"괜찮아. 이대로도. 괴물 같은 모습도 다 너야. 네가 나고. 그냥 우리 이렇게 지내보자. 남들이 뭐라고 손가락질해도, 제 멋대로 오해하고 나를 깎아내리고 비웃어도 내가 네 편이 되어 있어 줄게. 두려워 말고 네 마음 그대로 지내. 척하지 말고. 그냥 네 느낌 그대로 있어도 좋아."



나는 그제야 처음으로 그런 나라도 괜찮다고 안도하는 마음을 느꼈다. 그리고 한동안 우울은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모처럼 스멀, 그 마음이 다가왔다.


익숙한 그 느낌.


이번에 느낀 우울감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우울이다. 내가 잃어버린 것. 찾으려 애를 써봐도 그것이 없어졌다.


사랑.


사랑이 가득하던 마음에 공허함이 가득 찬다. 그 많던 사랑이 다 어디 갔을까? 가을이라 그럴까? 이 쓸쓸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가족을 사랑하고 내 일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나라고 자부했는데 그 많던 사랑이 다 어디 갔을까? 근원적인 분리감으로 다시 나는 혼자가 된 기분이다.



이 마음도 그냥 있는 그대로 느껴 주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쓸쓸함. 쓸쓸함도 마음의 한 조각이다. 쓸쓸함을 느낀다고 해서 쓸쓸함이 곧 나는 아니다. 나는 쓸쓸함이라는 마음이 오고 가는 텅 빈 하늘과 같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그래, 역시 그거였구나. 나에게 오는 마음에 사로잡히지만 않으면 그 마음은 다시 떠나가는 것이었어.


아직도 내게 머물고 있는 우울과 쓸쓸함에 온 마음을 내어준다. 여전히 뻥뚤린 가슴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쓸쓸한 그대로, 우울한 그대로 괜찮다. 계절이 흐르는 것처럼 이 마음도 곧 흐를 것임을 알기에 오늘은 이렇게 머물기로 한다.


당신의 우울한 밤도 함께 안녕하기를..


당신의 밤이, 낮이 그리고 밤과 낮 그 사이 모든 순간 모든 날들이 안녕하기를..


이렇게 오늘도 진심으로 내 마음을 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조각난 내 마음들과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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