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까지 알아 버렸네

리사의 책으로 떠나는 여행

by 김리사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한 카페에서 나태주 시인님의 시집읽는

장면이 영화처럼 내게는 남았다.

시집과 커피와 가을 낙엽과 책 속에 푹 빠진 나



풀꽃 2


짧은 네 줄의 시가 이렇게 매력적이다


참신하고 신비롭다


풀꽃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사유로 이어질 수 있을까?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도 떠오른다.


이름을 안다는 것, 색깔을 안다는 것

그리고 모양을 안다는 것의 의미를 깊게

새겨본다



참 즐겁다. 단어 하나가 나를 자극시키고 상상

하게 하는 이런 시들이 사랑스럽다



이름을 알기만 해도이웃이 되는데

색깔까지 알면 친구가 될 수 있구나



그런데 거기에 모양까지 알아 버리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 되어 버린다



우리는 얼마나 사물들을, 혹은 사람들을 이렇게

알아가고 있을까?



<사랑의 생애>라는 책을 일전에 본 적이 있는데

그 책 속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왔었다.


나태주 시인의 '모양을 안다는 것'을 그 책에서는

그 사람을 부분 부분을 오래 들여다본다는 것으로 표현한다.

입술 끝에, 시선이 머무는 것, 누군가의

귀를 오래도록 보는 것, 이런 행위들은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사랑을 품는 것에는

자동적으로 시선이 오래 머문다.

심지어 관심조차 없을 누군가의 귀. 귀를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그의 모양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싶은 사랑의 발로 일 것이다.



주말에 구미에 사는 3살 조카가 와서 주말 동안

놀다가 갔는데 나는 그 쪼그맣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조카를 그렇게 오래 바라보았다.



이름과 색깔을 넘어서 그의 모양까지 알아 버린

셈이다. 눈, 코, 입, 손짓 몸짓, 머리칼의 느낌

그 모든 모양들을 보고 또 본다.


너무 사랑스러운 것들에는 이렇게 시선이 머물고

모양을 나도 모르게 익힌다.



신기한 일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이렇게 존재한다.

누군가의 모양을 알아버렸는가?


그렇다면 이제 어쩔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바로 그때.


그의 모양을 알아 버린

책임으로 그러니 그를 그저 사랑하여도 좋겠다.


시인은

"아, 이것은 비밀"

이라고 말해 버렸지만 나는 안다. 이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공개된 비밀


우리는 그의 모양을 이미 알아 버렸고

그렇게 사랑스럽게 오늘도 그를 바라본다.



뭐가 문제겠는가. 이것 하러 지구별에 온 것을

지구별 여행은 결국 사랑하기 위한 여정이니

오늘 모양을 알고 싶은 그가 있다면 세상 가장

행복한 미소로 알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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