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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un 10. 2024

너의 소멸을 지켜 보는 일

마음아 안녕



너는 예고도 없이 그렇게 내게 탄생했고

너의 소멸은 이미 닫혀 버린 문을 잡고 있던

그 문고리를 놓으며 시작되었다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던 그 닫힌 문으로

작은 창문이 이따금씩 생겼다 사라지길 반복하였다

마치 억겁과도 같은 시간,

연약한 마음에 작은 꽃 한송이가 피려 한다



칠흑같이 어둡던 닫힌 그 문에

가끔 열리던 작은 창으로

나는 숨을 쉬었다



너 아직 거기 있구나, 잠시 안도하며..

너 아직 거기 있지?.. 홀로 메아리치던 소리가

다시 내게 돌아올 무렵

그 작고 작던 창은 급기야 바늘 구멍만해 지다가



점점



점점



침묵으로 메워졌다



너의 끝은 침묵.



침묵은 무관심.



너는 어찌하여 하필 내게..

내게 왔던가.. 어떤 인연으로 하여

내 가슴에 구멍을 이리도 크게 내는 가



네가 탄생하던 날,

나는 세상 전부가 되어

이대로 삶이 마침표를 찍는다 해도 좋겠다

말하던 철없던 아이



삶은 아이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백만번은 붉은 칼날을 맞아야 

다시는 붉은 고통에 물들지 않는다는 걸

배우는 곳



아이는 성장해야만 그 고통과 이별하고

다시 탄생을 안을 자격을 부여받는다



탄생은 곧 삶,

삶은 곧 순환.



그대는 무엇의 탄생을 지금 바라보고 있는가

그대는 무엇의 소멸을 겁도 없이 껴안았는가



순환의 수레바퀴 아래,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기다려 준 그 심장에

이제.. 한 송이 꽃이  피려한다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가슴이 되어

억겁의 세월을 기다려도 다시 



네가



내게



탄생하길 기다리며

너의 소멸을 찬란하게 안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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