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리사 Feb 22. 2022

마흔,다시 시작 치유의 단상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 보내는 위로

마흔, 살기 위해 마음공부를 시작하다

  마음공부, 그것이 무엇인가? 나는 코로나 시즌 이전에는 마음공부 그것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바쁘게만 지내온 워킹맘이었다. 그런데 지금 2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마음공부의 한 복판에 와있는 나를 발견한다. 세상에서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싶던 나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많이 편안해진 미래의 내가 현재로 돌아와 어떻게 사라지지 않고 편안해질 수 있었는지 회상하는 글을 쓰려한다.




  어릴 적부터 늘 두려움이 많았던 나는 나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내 마음을 늘 감춘 채로 타인의 감정에 나를 맞추어 살아왔다. 그런 삶의 관성이 어른이 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대로 나는 늘 시선이 외부로 향한 채 나의 감정의 뿌리를 모른 채 달려오는 삶을 살았다. 풍족하지 않아도 부모님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자란 막내딸이지만 나만의 고통과 트라우마 현장은 내 지난 어린 시절 곳곳에 존재했다.



  어느 날 몹시도 사는 것이 지치고 무기력해져 있던 날, 살은 찔 대로 쪄서 최고의 몸무게 나가던 시기, 거울조차 보기가 두려워 나를 바라보지 않고 지내던 그 어느 날이 있었다. 그리고 문득, 보게 된 거울 속 나 자신이 말을 걸어왔다. 이제야 나를 봐주냐고 말이다. 그 거울 속 여자는 양 쪽 눈빛이 너무나도 달랐는데 왼쪽 눈빛은 뭔가 모르게 쓸쓸하고 슬퍼 보였다. 그리고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버린 그녀의 오른쪽 눈은 나를 섬뜩하게 만들며 웃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처음 내 안의 나를 바라보게 된 첫 순간이다.




                                                       내 안에 누군가가 있구나!



  그리고 무섭지만 계속 나는 거울을 보기 시작했고 내 안의 나와 대화를 시작했다. 가장 처음으로.. 태어나 내가 나를 본 순간이다. 너 거기서 오랫동안 많이 억눌려 살아왔구나. 위로를 건네는 순간이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내가 뭘 원하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른 채 두려움 가득 안고 매일을 살았다. 영어 강사로 승승장구하며 돈을 많이 벌고 인기가 있다고 여겨지는 순간조차도 나는 사실 외로웠는데, 그 외로움을 느끼던 존재가 바로 이 거울 속 왼쪽 눈빛의 아이였음을 알고 나는 조금씩 마음공부를 시작한다.



  이것이 나의 마음공부 시작의 계기이다. 그리고도 많은 일들이 나에게 펼쳐졌으며, 나는 선불교의 사상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일체가 나이고 내가 일체라는 그 말, 내 안에 더 큰 내가 있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조금씩 알아차리고 있는 공부의 여정에 있다. 아니 바라보는 주시자의 나 너머에 사실, 바라보고 바라봐지는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체가 모두 나라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이 펼쳐진다.



  아직도 삶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매일매일 똑같이 바라보던 꽃과 나무가 달리 보일 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세상이, 이원성 가득한 분리 감으로 바라볼 때 느껴지던 그 막역한 외로움과 공허감이 허상이라는 것을. 결국 모든 것이 나라는 우주의 마음 안에 펼쳐지는 하나의 홀로그램 영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직도 모른다의 세상에서 나는 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잊지 못할 첫 순간을 안고 오늘을 산다.



  내 안에서 나에게 걸어오던 그 재잘거림의 존재의 알아차림의 순간을 말이다. 바로 에고의 목소리, 나는 선명하게 느낌으로 그 존재를 듣게 되었다. 설거지를 하는 도중, 내 몸에서 내가 나왔다.  유체이탈이라기보다 의식이 깨어나 나왔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나의 너머에서 나에게 계속 떠들어 대던 목소리가 있었다. 너 지금 뭐하냐고, 그렇게 살아봐야 뭐 더 좋은 것이 있겠냐고, 온갖 부정적인 걱정과 목소리로 나를 속 시끄럽게 하던 그 존재. 바로 나의 무의식, 나의 에고이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건네었던 말은



      어쩌라고, 그냥 나 좀 내버려 둬!



  라는 말이었다. 그렇지 않고 그 속삭임대로 살다가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내 마음공부가 어디로 갈지 나도 아직 그 끝을 알 수는 없으나, 조금씩 조금씩 내가 나를 알아가고 이 세상을 알아가는 신비한 여정에 나를 맡긴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 전부이고 삶이라는, 현존이라는 거대한 어머니와 같은 존재 앞에 나를 내맡기면서 모든 저항감을 내려놓고 흘러가 보자. 삶을 믿고, 현재의 영원을 믿고, 무엇보다 이렇게 여기 존재하고 인식하고 자각하는 나의 이 자리를 믿고 두려움 없이 오늘을 살자. 찰나를 살자. 이것이 내가 마음공부를 통해 느끼는 하루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혹시라도 나와 같이 마음이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어 고통의 나날을 삼키는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읽고 쓴다. 오늘도 세상이 나이고 나와 연결된 모든 마음들이 다 나의 마음 조각이라 믿기에 나를 돌보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 내려간다. 늘 알아차림으로 자신을 구원하자. 우리가 지금 느끼는 고통, 그 수많은 마음들은 우리가 아니다. 내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 아니고 우리의 마음과 생각도 우리가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도 나는 내가 애틋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