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으로 해서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단상을 썼다. 단상이 쌓이면서 나의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소소한 위로가 되었다는 댓글이라도 달리는 날에는 마음이 뭉클해서 하루 종일 행복했다. 그렇게 글로 소통하고 싶은 나를 만났다. 글을 쓰면 쓸수록 그동안 몰랐던 나를 만나게 된다. 글을 쓰며 더 깊이 내 안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있던 슬픈 나를 만났다. 잠들어 있던 그 모든, 수많은 나를 글을 통해 만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내 글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부모님에 대한 슬픈 마음이 터져 나왔다.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서 힘들었는데 이번에 첫 브런치 북을 완성하며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아빠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사랑했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를 많이 고생시키고, 술을 먹고 실수를 많이 하셨어도, 누가 뭐래도 나는 아빠를 참 많이 사랑했다. 표현하지 못해서 마음에 병이 온 것을 알고 첫 브런치 북을 통해 마음껏 털어놓았다. 아빠를 애도하고 수용하고 긍정하니 나도 같이 수용받고 긍정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내 상처가 아물어 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해방의 길임을 다시 한번 몸소 느낀다. 내가 만들어 둔 마음의 지옥에서 걸어 나오는 시간이었다. 이번 첫 브런치 북은 나에게 자기 해방의 기쁨을 준 소중한 선물이다.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50인의 작가 선발에는 고배를 마시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브런치 북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내가 받은 치유가 바로 보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처음은 서툴고 부족하다. 그 미숙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나를 껴안는 작업이 정말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프롤로그를 쓰고, 목차를 만들고, 에필로그를 쓰고 제목을 수없이 생각하면서 브런치 북이 한 방향으로 나갈 때 깨달았다. 삶이란 이렇게 하나에 몰입하며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그 과정을 제대로 만끽하는 것이 삶의 진수이다. 결과는 인연에 맡기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 언제나 될 일은 될 것이고, 안 될 일은 또 안 되게 될 테니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나만의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는 없다. 세상은 내 뜻대로 모두 다 되지 않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또 다른 기쁜 일을 만나기도 한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는 분별을 내려놓고 그저 그때에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살아가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첫 브런치 북을 발간하며 한 뼘 더 성장한 나를 느낀다. 모든 것은 첫걸음을 떼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믿으며 오늘도 용기 있게 다음 걸음을 떼어 본다. 점을 찍고 그 점들이 모이면 선이 되어 나아갈 것이다. 삶의 궤적이 수많은 첫걸음, 그 걸음들로 연결됨을 잊지 말도록 하자. 각자만의 목표점이 다 다르기에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그저 묵묵하게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면 된다. 때론 혼자 또 때론 누군가와 함께 그렇게 즐겁고 가볍게 지구별 물방울 여정을 따라가 보자.. 그 끝에는 결국 큰 바다라는 하나의 근원으로 다다를 것이니 두려워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