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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an 06. 2023

내성적인 여행자의 여행의 이유

리사의 아침 에세이

정여울 작가의 내성적인 여행자를 다시 열어 보았다.


정여울 작가님은 왠지 모르게 나와 마음의 결이 닿아 있는 것 같다. 내면아이를 다룬 소재의 글이 특히 두려움 많은 네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느껴졌다. 몰랐던 나의 내면과 그늘에 다가가게 한다. 그런 이유로 늘 그녀의 글은 나에게 치유제이다. 그중 <내성적인 여행자>는 정여울 작가가 유럽을 여행하고 쓴 여행 에세이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여행 후기의 형식보다는 마음 탐구에 대한 내밀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더 든다. 좋은 책은 볼 때마다 느끼는 감상이 다른데, 이번에 열어 보면서 내성적인 것의 장점과 나만의 여행의 이유를 떠올려 봤다.




서문에서 말한다. "여행의 체험을 글로 빚어내기 위해 고민하고 분투하는 동안, 나는 내성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삶을 바꾸는 크고 작은 모험이 더욱 필요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글쓰기는 내성적인 사람의 간절한 무기다. 글쓰기를 하지 못했더라면 나는 끌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오랫동안 방황했을 것이다. "


"내성적인 사람은 '글쓰기'라는 너무도 절실한 표현의 출구를 통해 '말하지 못하고, 일상 속에서 드러내지 못한 모든 감정들'을 발산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



내가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더 그녀의 글을 통해 깨달았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 나는 그동안의 끌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굉장히 오랫동안 방황했다. 그 과정에서 우울증을 겪고, 사라지고 싶은 마음과 사투를 벌이고, 가까운 사람들과 관계가 틀어지기 일쑤였다. 글쓰기가 나처럼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정말로 살기 위한 '간절한 무기'가 되어 준 것이다.



글을 쓰며 더욱 자유로워져 간다. 쓰면 쓸수록 내가 되어 간다.  글쓰기는 여행과도 그 결이 닿아있음을 발견한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공간, 사물들을 만난다. 그 안에서 그 낯섦 속 나의 마음을 만나고 껴안기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표현되지 못하고 갇혀 있는 나의 내밀한 마음과 낯선 만남을 가지고 그렇게 껴안고 나를 이해는 과정이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음을 그렇게 이 책을 보며 또 깨닫는다.



저자는 에든버러의 어느 기차에서 한 장면을 발견한다.


"월터 스콧 경의 시구절이 기차역 한쪽에서 마치 신기루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인생을 짐이라고 느끼는 사람에게조차도, 삶이란 소중한 축복이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나는 항상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 주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나 스스로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붙이곤 했다. 그런 습관 때문에 좋은 평판을 들을 때도 있었지만, 항상 '내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에 시달렸던 것 같다.


이제 그런 나를, 인생 자체가 짐이라고 느끼는 나를 놓아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내성적인 여행자> 중



내가 쓴 글처럼 내 마음이 그렇게 그녀의 글 속에서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내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이었다. 항상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나는 마음을 쉬어 본 적이 없었다. 좋은 평판을 들어도 항상 불안했다. 이런 마음을 그녀가 헤아려주고 '나 또한 그랬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몹시 위로가 되었다.



나도 그렇게 인생을 짐으로, 고통으로 여기는 마음을 내려놓겠다 다짐했다. 이런 나에게조차, 삶이란 소중한 축복이라고 영국의 월터 스콧 경이라는 분도 말하지 않았던가. 이제 그만 삶의 축제를 즐기려 한다. 여행을 하며 새로움을 당당히 받아들인다. 낯선 도시와 시골에서 보는 소중한 풍경을 놓치지 않으며 살리라. 그녀처럼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나도 그녀가 되어 함께 나를 껴안았다. 그녀의 모든 글과 여행은 그녀 자신 껴안기임을 너무도 잘 알게 되었다. 내 글도 그렇게 흘러, 어느 순간 나의 숙제가 끝나고, 타인까지고 소중하게 끌어안게 되길 바라며.



"<헤세의 여행>에서 헤르만 헤세는 여행자에게 필요한 최고의 덕목은 바로 "격렬한 향수"라고 선언한다. 여행 중에 낯선 것에 금방 친숙해지는 사람들, 가치 있는 것을 볼 줄 아는 이들은 삶의 근원에 대한 격렬한 향수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모든 살아있는 것, 창조하는 것, 성장하는 것과 친밀해지고 하나 됨을 느끼려는 갈망. 그 뜨거운 갈망이야말로 세계의 비밀로 들어가게 해주는 여행자의 열쇠라고."

<내성적인 여행자>



나에게 이런 격렬한 향수가 있다. 삶의 근원에 대한 격렬한 향수가 나를 살아있게 하고 내 삶을 의미 있게 한다. 글쓰기를 통해 그 의미를 발견한다. 조금씩 보물을 찾아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가치 있는 것을 볼 줄 아는 이가 되어 감사하다. 모든 살아있는 것, 창조하는 것, 성장하는 것과 더 친밀해지고 싶어서 오늘도 글을 쓴다. 그리고 나만의 여행을 떠난다. 모든 여행이 다 배움이고 성장이다.


오늘도 감사하게 하루를 보내며. 소중하고 친밀한 마음이 독자분들께 가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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