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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리사 Jan 09. 2023

누가 널 말리겠니!

너 하고 싶은 것 다 해, 리사.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이제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살 거야.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 거야'라고 하늘에 마음을 썼다. 몹시 지치고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는 그런 날이었다.



'난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왜 이런 마음이 올라오는 거지?'

다시 나 자신과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곤 이제 그 말 뒤에 숨은 내 속마음을 알아차린다. 마음공부를 하며 나와 대화 시간이 늘었고 이번 그 말들의 해석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로 이런 마음이었다.



'이것저것 하고 싶어 저지른 일들이 왜 이렇게 버겁지? 나 좀 힘들어. 다 잘 해내지 못할까 봐 두려워 죽겠어.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너무 싫어. 하다마는 의지박약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쩌지? 참, 한심 할 텐데 말이야. 남편이 널 지켜보고 있어, 사람들이 너를 본다고.. 좋은 결과를 보여 줘야지'이런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의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뭘 그리 애쓰면서 살아? 그냥 편하게 살면 되지. 돈이 걱정이면 더 적게 쓰고 살아, 그냥 가만히 좀 있어 봐.. 가만히.. 조용히. 차분하게 말이야.. 넌 진짜 가만있지를 못해.. 보면, 항상 뭘 해야 하고 또 저지르고, 수습하고 말이야. 좀 쉰다고 하면서 왜 쉬지를 못하니? 이렇게 바빠야만 하는 네가 정말 안타까워.. 제대로 좀 놀아 봐.'


이런 마음이다.


돌이켜보면, 참 무모하게, 앞 뒤를 재지 않고 덤벼든 일들이 많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한 크고 작은 도전들, 자기 계발을 위한 돈 투자들이 있다. 뭔가 취미 삼아서 배우고 싶어서 강의를 수강하고 물건을 산 적도 많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참 투자 대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시도들이 대부분이다. INFP의 나는 경험을 얻고 열정을 쏟았다 말하고 ESTJ의 남편은 돈만 쓰고 힘만 들고 남는 것이 없다고 할 것 같다.


내가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 깊어지면서, 이런 나의 성향을 분석해 보았다. 이런 나의 '저지르는 본성'에는 바로 이것이 있었다. '나는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면서 살아있는 것 같은 즐거움을 맛본다. 하지만 그것의 단점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시도했다가 끝까지 열정을 태우지 못하고 빨리 식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나를 알기에 '장치'를 걸어두고 시도를 한다. 끝까지 할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함께 쓰고 성장하는 '글루틴' 글쓰기 인증 프로젝트 같은 것이 그런 경우이다.



내가 이렇게 뭔가를 계속 바쁘게 하며 지내는 두 번째 이유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때문이다. 바로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인정을 받고 싶다. 열심히 살고, 잘 살고 있다고 말이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크다. 그러나 갈수록 이 타인으로 향하는 인정욕구가 줄어들어 다행이다. 결국 나를 만족시키고 행복하게 할 지향점은 나의 내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나에게 만족하고 사랑 가득한 시선이라면 얼마나 자유로울지 알게 되었다.



세 번째로 나는 유한한 삶 속에서 뭔가를 남기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의 노력이 허공 속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래서 뭔가 자격증을 따고, 글을 써서 남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행위를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한편 그런 것에도 회의가 온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그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면서 최대한으로 만끽하는 태도가 더 옳은 것이 아닐까? 내가 찾은 중도의 답은 이것이다.


최대한 현재를, 바로 지금 그 순간을 강렬하게 즐긴다. 그리고 여운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그 기분을 잊지 말고 기록한다. 일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맨 눈으로, 온 오감으로 그저 만끽하게 두는 자유로움과 여유도 잃지 말자. 기록이 주는 행복함이 크다면 과정을 즐기자. 이런 마음들이 나의 지구별 인생살이를 더 의미 있게 한다.



다시 돌아가서,

이렇게 '뭐든 자꾸 시작하고 싶은 열정'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의 대척점을 오가며 힘들다고 말하는 내게 한마디를 남겨본다. 나는 왜 이렇게 하고 싶었던 일들을 가득 쏟아 내고, 해야 하는 일들에 때론, 마음이 허덕이는지, 그런 현재의 나에게, 더 살아 본, '미래의 지혜를 가진 나'가 나타나 말을 건넨다. 감사하게도 나는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며 나와 소통을 한다. 글을 쓰며 내가 나에게서 온 메시지를 만난다.



오늘의 리사에게..


하고 싶은 게 많은 게 얼마나 멋진 일이니? 나는 그런 네가 정말 좋아. 네가 갖고 싶은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이 아직 훨씬 더 많은 아이잖아. 너는 '경험'을 통해 얻는 인생의 즐거움을 잘 아는 아이야. 멀리서 바라보면, 지금 돈이 좀 부족하고, 힘든 것은 나중엔 아무것도 아니란다. 돈 보다 더 소중한 것이 삶의 의미를 향해 걸어 들어가는 그 과정이기도 해. 여행지로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도 크니까, 목적지만 보며 전력질주 하지 않길 바라. 삶은 여행과 정말 닮아 있거든.


물론, 한번 시작한 일은 되도록이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끝까지 해내길 바랄게. 끝까지 해낸다는 것이 때론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네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노력하면 돼. 그리고 시작해 보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경험할 수 없단다. 뭐든 한 걸음이 시작이야. 너의 그 모든 한 걸음에 내가 함께 했잖아. 그때처럼 그렇게 하면 돼.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란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슬픈 일이란 걸,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알게 될 거야.


그러니, 내가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너에게 오늘 해 주고 싶은 말은 딱, 이거야.


" 누가 널 말리겠니?, 리사야,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남 눈치 보지 말고."

괜찮아. 정말 괜찮으니까, 지금처럼 뚜벅뚜벅, 다가 온 인연들에게 감사하고 배우면서 그렇게 살면 돼. 내가 미래에서 온 것 알지? 너는 어차피 해피엔딩이야. 걱정 말고 지금처럼 나아가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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