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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의 길,
과거를 딛고 미래로 걷다

평화를 향한 작지만 단단한 발걸음

by YECCO


분단의 땅, 우리가 서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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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아픔이 스며든 땅,

분단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곳은 DMZ, 비무장지대입니다.


항상 긴장감이 감도는 민감한 안보 지역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손대지 못한 덕분에 자연이 되살아난 땅이기도 하죠.

한반도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며 닿을 수 없는 장소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분단의 한가운데, 이제 평화의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 길 위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 쉬고 있을까요?



전쟁이 남긴 선 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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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비무장지대는 1953년 6·25 전쟁의 정전협정으로 탄생했습니다.
남북의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 각각 2km씩 떨어진 구간에 설정되었고,
그 안에서는 모든 군사적 활동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냉전과 탈냉전 시기를 지나며 남북 관계는 수차례 굴곡을 겪었지만,
DMZ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1971년 군사정전위원회에서 DMZ의 평화적 이용이 처음 제안되었고,
1988년에는 노태우 대통령이 DMZ 내 평화시 건설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가 체결되면서 양측의 최초 합의가 이뤄졌고,
2000년대에는 철도 연결, 개성공단 운영 등 더 구체적인 평화적 시도들이 이어졌습니다.


비무장지대, 전쟁이 남긴 선 위에서
평화를 향한 민족의 발걸음은 그렇게 조금씩 이어져 왔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땅에서 자란 생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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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재 / ©인제군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DMZ는, 자연이 스스로를 복원해낸 터전이 되었습니다.


지뢰가 묻히고 유해가 남아 있는 땅, 한때 마을이 사라진 자리에
지금은 고라니, 노루, 하늘다람쥐, 겨울 산양, 수리부엉이, 올빼미, 참매 등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향로봉 일대를 비롯한 생태계는 전쟁으로 멈춘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거친 돌들 사이에서 피어난 들꽃은 이 땅의 생명력회복력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전쟁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낸 자연처럼, 우리에게도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내딛을 힘이

어쩌면 이미 내면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의 숨결, 민통선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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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는 야생동물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곳엔 여전히 사람들의 숨결이 머무는 마을들이 있습니다. 바로 민통선 마을입니다.


민통선 마을은 1954년, 군사적 통제를 위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이 설정된 이후
정부가 장병과 영세민을 이주시켜 조성한 곳입니다.


현재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 백연리 통일촌을 포함해 총 10곳이 남아 있으며,

주민들은 주로 농업에 종사하거나 인근의 천연기념물과 유적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모여 갈등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질적인 문화들이 점차 섞여 이곳만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주민과 군인이 함께 살아가는 이 마을은 과거 수직적 관계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보다 수평적인 관계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평화를 향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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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누비 / 판문점견학지원센터 ©통일부

이제 DMZ는 평화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남북 정상 간 합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길은
국민이 직접 걸으며 평화를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DMZ 평화의 길 10개 테마 노선을 개방하고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DMZ 접경지역만의 생태, 문화, 역사 자원을 활용해
안보와 자유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이 길을 경기 북부의 핵심 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2028년까지 총 304억 원을 투입해 DMZ를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평화·생태 공동체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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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평화의 길 테마노선(B코스) ©강원특별자치도청 / ©문화체육관광부

강원특별자치도에서는 남북 관계 경색으로 중단됐던 고성 금강산전망대 운영이 3년 만에 재개되었고,

5월 9일부터 11월 30일까지 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 B코스가 운영됩니다.


고성군의 평화의 길은 A코스와 B코스로 나뉩니다. 지난 4월 29일부터 운영이 시작된 A코스(통일전망대)는 해안철책선을 따라 통일전망대에서 해안전망대, 통전터널, 남방한계선까지 왕복 3.6km를 걷는 코스입니다. B코스(금강산전망대)는 차량으로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전망대까지 이동한 뒤, 전망대에 올라 북한 금강산과 해금강을 조망하는 7.2km의 코스입니다. 특히 이곳은, 민간인이 가장 가까이에서 금강산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로 의미가 큽니다.


한편 지난 5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남과 북의 청년 80명이 함께 DMZ 80km를 걷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발을 맞추어 걷는다는 것, 조용하지만 강력한 연대의 표현이자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는 실천이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평화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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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선 위에 자란 숲, 그 숲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연대, 그리고

그 길이 누군가에겐 아직도 그리운 고향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평화를 향한 물음을 던집니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생기므로,
평화의 방벽도 인간의 마음 속에 세워져야 한다.”
– 유네스코 헌장


2025년,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분단의 고통을 겪어온 우리는 전쟁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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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의 길.과거의 상처 위에 생겨난 이 길은,

이제 더 이상 아픔의 경계가 아니라 희망의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직 분단이 끝나지 않은 이 땅에서 시작된 작은 발걸음이 세계 곳곳에 평화의 울림으로 번져가기를.
그 길의 끝에서, 우리는 평화를 만나기를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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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CCO 콘텐츠팀 김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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