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배우고 듣는 것을 즐긴다. 무료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무료 아니지. 세금으로 운영되는 거니, 알차게 이용해야지!)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질도 알차고 단기간에 몰입하여 하나를 배우고 완료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배움의 여정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도 깨쳐갈 수 있다.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이 주는 안온함은 덤이다.
이번 여름방학에 아이들은 '메타버스'와 '독서교실' '명화 수업'을 신청했고, 나는 '독서 필사회'를 신청해서 하고 있는 중이다. 도서관 근처의 여러 학교 친구들이 수업에 참여하기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지만 친해지는데 느린 시간이 필요한 아이들은 끝나가는 방학이 아쉽기만 하다. 이제 겨우 종알 종알 몇 마디를 붙여본 아이들은 망울을 터트리기 직전의 꽃송이처럼 수줍음과 설렘이 맺혀있다.
그렇지만 다시 만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도서관 수업의 인원은 정해져 있고 빨리 마감되지만, 실질적으로 도서관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적다. 아이들은 학원에 가야 하니까 시간이 없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픽업해주는 것도 아니니 학기 중에는 더욱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도서관 수업 경험이 있고,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 유용하게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어? 너 지난번 독서수업에 있었잖아 맞지?" 친구들끼리 이런 대화가 오간다.
우리 집 근처에도 도서관이 있지만 프로그램이 적고, 읽고자 하는 책이 다양하지 않으며 열람실 자리가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근처에 도서관 세곳을 이용하고 있다. 주로 가는 도서관은 차로 10분 정도 소요되며 바라던 대부분의 조건을 충족하는 멋진 곳이다.
도서관에도 명당이 있다.
읽고 싶은 책들이 가득한 서가에 가까우면 알게 된다. 책 냄새가 커피 향보다 향긋해지는 순간을. 가능하면 타이핑 작업이 가능한 곳에 앉는다. 책을 읽다가 불현듯 글이 쓰고 싶어지면 망설일 필요 없이 꺼내어 쓸 수 있도록!
쓰는 이에게 킵은 없다. 쓰는 사람은 알겠지만 킵해둔 마음을 쓰려고 하면 멍해진다. 불과 몇 분 전의 생각이 펑하고 사라져 버리는 망할 기적을 경험한다.
의자가 편하고 테이블이 넓은 곳이면 플러스알파지만, 그것까지 바라는 마음이 어쩐지 송구하여 조용하고 느리게 바라고 걷는다.
명당에 앉기 위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도서관 오픈런을 한다.
일찍 도착한 도서관에서 각자의 할 일에 집중하고, 책을 읽고, 수업이 있는 사람은 시간에 맞춰 수업에 참여한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조용히 자리에 앉아 다시 책을 읽고 뭔가를 끄적이기도 하는 시간이 참 몽글몽글 귀엽기도 하고, 소중하며 귀하다.
첫째 아이는 몰입하여 소설을 쓰는 취미가 있다. 완성된 소설이 이미 몇십권인데다 쓰는 중인 이야기들도 서너개다. 담임선생님께서 재능을 귀히 여겨주셔서, 반 친구들에게 아이가 쓴 글들을 읽어주시기도 한다고 한다. 투고를 해달라고 조르는 열두살의 아이에게 알았으니 퇴고를 좀 더 해보라는 답을 하는 이상한 모녀의 대화는 진심어린 꿈이 담겨있기에 통한다.
그 사이에 끼어서 적응하기에 참 오래 걸렸지만 파닥파닥 활동적인 우리 아들도 이젠 도서관을 점잖게 이용할 줄 알게 되었다. 비록 그리스 로마 신화 학습만화를 읽더라도 뭐가 대수냐. 최강 왕 배틀에 빠져 있을 때도 노 프라브럼! 실컷 읽으라 해주었다. 초조할 건 없지. 시간이 흘러 흘러 학습만화 5권에 문학책과 과학책을 두세 권 정도는 끼어서 읽는 (양심있는) 취향이 생기게 되고, 지금은 좋아하는 출판사인 비룡소와 단비어린이 문학 책들을 섭렵하는 중이다. 둘째는 출판사를 보고 책을 골라 읽는 습관이 생겼다. (뭔가 믿음을 가지는 것 같다. 여기 책들은 반드시 재미있을 거라는! )
첫째는 먼저 신간 코너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놓고, 좋아하는 장르의 서가로 향한다.
나 또한 신간 코너를 훑고, 메모해두었던 책들을 찾아보거나 애정하는 서가로 향하게 되는 듯하다.
의자를 당겨 앉거나 일어설 때 조용히 움직이는 일과 문서작업 공간이라 할지라도 손놀림에 주의를 기울여 최대한 소리를 줄이는 일. 물 묻은 손으로 책을 만지지 말 것. 사용하지 않는 옆자리에 가방을 두지 말 것. 책을 소중히 다루며 도서관을 함께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읽고 있는 책 표지를 쓰다듬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늘 도서관에 머무르는 우리의 일상이 주는 특별함을 알기에 귀한 시간들이다. 정성을 다해 지켜내고 싶은 리츄얼은 오늘을 풍요롭게 한다. 사소한 정성을 일구며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