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며 우는 아들

[엄마까투리]는 무슨 내용이었을까.

by 예담


책을 읽던 아들이 갑자기 고개를 떨구더니 연신 눈물을 훔쳐낸다. 집안일을 하고 있던 나에게 달려온 딸아이가 전해준 소식에 '에이 하품한 거 아니야?' 라며 주섬주섬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덩그러니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책에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면 또 제 눈물자국이 묻은 페이지가 불쌍한지, 눈물자국이 묻은 책을 어루만지며 슬퍼하고 있었다.


ㄴ ㅏ 는 ㄱ ㅏ 끔 눙물을 흘린 ㄷ ㅏ.


우리 아들은 싸이월드 감성이었던가!


인기척에 고개를 든 아들과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너무 귀여워서 씨익 웃음이 나와버렸다. 미소를 짓는 나를 보고 아이는 말한다.

"엄마 너무 슬퍼! 엄마까투리가 불쌍해. 엉엉"

답답하다는 듯이 누나가 말을 잇는다.

"야! 그건 이야기잖아. 꾸며낸 이야기지. 진짜가 아니라고. 그냥 조금만 슬퍼하면 되는 지어낸 이야기라고 내가 몇 번을 이야기했냐고! 왜 자꾸만 울어? "


그러거나 말거나 아들은 다시 말한다.

"엄마! 엄마는 절대 엄마까투리처럼 희생하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 자신을 제일 소중히 생각하고 지킨다고 약속해줘! "


"엄마가 까투리냐?" 누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웃음이 터졌고 나는 실실 새어나가는 웃음을 겨우 붙들어 매며 대답했다.


"응. 당연하지. 엄마 자신을 소중히 아끼며 살게. 그런데 엄마도 엄마라서 엄마까투리의 심정과 행동이 이해가 되긴 해.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이 소중한 만큼 새끼들도 소중했기 때문이야. 만약에 엄마까투리가 아이들을 구하지 않고 피해서 날아갔다면 엄마까투리는 평생 동안 마음이 아팠을걸. 혹은 엄마까투리가 안고 날아갈 수 있는 몇 마리만 구했다고 해도 그 마음은 똑같았을 거야.

마음 아픈 선택이었지만 엄마 품속에서 살아남은 새끼들은 엄마의 사랑과 희생을 잊지 않고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지 않을까. 넉넉한 품을 가진 어른 까투리로 자라서 엄마처럼 어떤 두려움에도 피하지 않고 맞설 용기를 가지고 말이야. "



KakaoTalk_20220615_224017735.jpg 초등학교 교과에 실려있기도 한 [엄마까투리]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아이는 공감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을 연결시켜 잇는다. 슬픔은 기어이 눈물로 책을 적시고 우글 해진 종이는 눈물을 삼킨 표시를 낸다. 기쁨은 펼쳐진 책의 페이지에서 기운차게 뻗어 나와 온 집을 환하게 밝히고야 만다. 아들은 그렇게 책을 읽는다. 가만히 앉아 책을 읽으며 세계 속으로 들어가 온 마음을 다해 걷는다. 등장인물과 함께 걸으며 발걸음을 맞춘다. 때론 악당의 마음을 곱씹어보며 이유를 찾아보기도 하고 선인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아 뛰는 숨을 멈추지 못해 나에게 달려오기도 한다. 그리고 책 밖으로 터져 나오고야 만 감동을 전해준다. 이야기는 그렇게 진짜가 된다.




이야기는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수백 배, 수 천배로 증폭시켜주는 놀라운 장치로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상상 속에서 살아보게 해 주었다. [작별인사.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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