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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담 Jan 13. 2023

코로나, 회복하는 마음에 대하여.

2023.1월에 기록하는 2022.11월의 이야기

코로나에 걸렸다!


마. 침. 내.  


둘째아이가 입학할 무렵 시작되었으니 자그마치 3년 만에 만난 셈이다. 남편은 백신접종을 하였고, 2021년에 한차례 감염이 되었었다. 철저히 격리를 하였던 덕분인지 아이들과 나는 전염 없이 지나감에 감사했었다.


서서히 유행이 사그라들고 실외마스크도 해제되는 시점에 나에게 코로나가 왔다. 마스크와 손소독, 거리두기 모두 잘 지켰고 아이들이 있기에 더 조심하며 생활했건만, 도대체 어디서 감염되었을까!

살면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중의 하나겠지.


그날은 거실 마루 공사가 있던 날이었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자마자 시작된 시공에 정신이 없었다. 나무가루가 여기저기 다 흩날렸고 소음도 엄청났다. 미처 치우지 못한 책들 사이로 나무가시와 가루가 날려 앉을까 노심초사하며 서둘러 치우느라 반나절을 보냈다. 예상보다 소요시간이 길어지면서 어쩐지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당연히 피로 때문이라 여겼다. 공사가 끝나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청소에 집중했다. '내가 지금 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코와 입으로 들어간다!' 하는 책임감 내지 사명감으로.


쓸고, 닦고, 청소기를 돌리며 환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나무 가루가 숨바꼭질하듯 나타났기에 가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파를 움직여 바닥을 닦고,  책장사이에 튀어 들어간 먼지들을 닦아냈다. 그런 과정을 수십 번 거친 뒤에야 얼추 마무리되나 싶어 서둘러 아이들의 저녁을 차렸다.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끝낸 후 한숨을 돌리려 소파에 털썩 몸을 기댔다. 그때였지. 으슬으슬 한기가 들어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자 돌연 빈혈증상이 나타나 어지러워졌다.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흔들며 정신 흔들어 깨웠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며 온기를 채우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자꾸만 추웠다. 아무리 힘을 줘도 덜덜 떨리는 모습을 감출 수 없었던지 아이들이 걱정 어린 눈로 나를 쓰다듬었다. 혹시 몰라 근처로 오지 못하게 하였던 터라 아이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며 집안일을 스스로 도왔다.

 

늘 결정적인 순간엔 없으신 남편은 그날도 바빴다. 셋이 보내는 날들에 익숙하여 힘들어도 강한 정신력으로 잘 이겨내는 편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남편은 다정한 사람, 우리는 그를 사랑한다. 무지무지.

   

몸살인 줄 알았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당연히 렇게 믿고 싶었다. 가없는 불안으로 밤을 지새웠다.

밤새 끙끙 앓고 다음날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5일째 되던 날, 아이들도 확진이 되었다. 그렇게 2주가 넘는 시간을 집에서 요양하며 보냈다. 많이 아팠지만 또 생각보다 괜찮았다. 두려움이라는 녀석이 다가오기 전엔 실로 거대하게 느껴져 무섭지만 막상 마주하면 되려 덤덤해지기도 한다. 더 이상 뒷걸음질 칠 곳이 없으면 두발에 힘을 주고 앞으로 나가게 되는 것처럼. 실체를 마주하면 그동안 가졌던 두려움과 불안이 공연했음을 느낀다.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하는 정신을 깨워 직면해야 한다. 깨끗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받아들이면 이내 다음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말이 쉽지, 나에게 아직 힘든 일이기도 하다.  






한때 외출이 금지될 정도로 위험 수준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쉼 없이 울리던 그해,  우리는 집콕을 하며 자잘한 즐거움을 모으는 달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간식을 먹으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마음은 편안함에서 나온다. 편안함은 아늑함에서 나오고, 아늑함은 시공간이 가진 '숨'이라고 생각한다. 한 공간이 어느 시간에 누군가와 함께 숨을 쉬며 아늑한 온기를 만들어낸다.


한 공간에 여러 세계가 공존하며 빛을 밝힌다. 자신의 세계를 정성스레 일구어가며 몰입해 있는 이의 모습은 아름다워서 보는 이마 저 삶에 대한 애착이 들게 한다. 


사소하고 정성스러운 순간들이 모여 행복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 찰나의 마음을 쉬이 흘려보내지 않고 들여다본다. 어제에 매몰되지 않고 지금 숨 쉬고 있는 오늘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아이들처럼. 

고된 날들 속에서도 기쁨과 즐거움의 앙꼬를 찾아 먹어야지. 

   

읽고 싶은 책들을 한껏 쌓아놓고 빠져드는 시간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다. 보석십자수를 하고, 웹툰을 그리다가, 점토로 인물의 표정을 만들기도 한다. 포켓몬 캐릭터를 그리다가, 레고도 실컷 한다. 바둑과 체스를 두며 심각해졌다가 과자와 함께 영화를 시청하며 깔깔거린다. 끝없이 이어지는 놀이에는 마음의 활기참이 담겨 있어 부모의 마음을 안심시킨다. 레고놀이를 하다가 "아! 영감이 떠올랐어" 라며 갑자기 판타지소설 쓰기를 하는 아이들 덕분에 웃는다. 엔도르핀이 마구 생성된다. 


 몰입하는 아이들의 귓가에 음악을 켜주었더니 쳐다보며 초승달눈으로 입꼬리를 한껏 올리며 웃어준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지브리 음악이다. 저 웃음이 나를 구원한다. 나는 금세 충만해진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되려 생각을 비우고 다시 채울 수 있었다. 상냥해지고 싶을때 발효도 필요없이 간편한스콘을 굽는다. 뜨끈할 때 먹는 빵이야 뭐든 맛있겠지만 스콘은 특히나 갓 구워 버터향이 올라올 때 한입 먹으면 눈이 번쩍 뜨인다. 넓은 세상을 꿈꾸며 살지만 갓 구운 스콘을 나눠 먹으며 우리는 보름달처럼 마음이 차오른다. 작은 세계를 일구다 보면 보폭을 크게 하여 걸어 나갈 힘이 생긴다. 


포근한 온도에 내리던 비 덕분에 개운해졌던 오늘, 아이들은 비냄새가 좋다며 마스크에 코만 삐죽 내밀곤 킁킁거렸다. 무엇이든 회복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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