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런 건 없어요. 그리고 올굿이어야 굿인 것도 아니고요. [프리랜서의 자부심, 김세희]
원대한 포부와 계획으로 실행한 일이 아니었다. 무엇도 장담할 수 없었다. 교육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라고 말한다면 새빨간 거짓말이다. 왜 아니겠는가! 나의 아이가 특별하다는 기대와 희망은 부모라면 누구나 품어보는 풍선 아닌가. 조심스레 안고 있다가 결국은 뻥하고 터져버리고, 행여 터질세라 손끝으로 살며시 줄을 잡고 있다가 잠시잠깐의 힘조절 실패로 날아가버리는 경우도 허다한 것을. 왜 모르겠냐마는 그래도 부모이기에 조심스레 품어보고, 모은 숨을 힘껏 불어 보는 찬란한 풍선이 있다. 그 시절을 지나 보낸 이들은 한결같이 부질없다 말해도 소용없는 순간들이 있다. 마침내 날아가버릴 풍선일지라도, 한여름밤의 꿈같은 찰나에 마음을 바친다.
아이의 공식적인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사교육은 놀이학교(영어유치원) 정도가 되겠다. 아이는 현재 6학년,(체력은 중요하기에 태권도 학원은 계속 다니고 있다. 태권도가 아니더라도 운동은 고등학생이 돼도 꾸준히 하도록 하고 싶다.) 일반유치원으로 전원을 했다. 영유의 장점과 단점 중에 하나씩을 뽑는다면 장점은 체계적인 교육과 사려 깊은 케어였고, 단점은 빈틈없는 교육과 완벽한 케어였다. 뭐가 문제냐고? 그걸 바라고 보냈던 것이 아니냐고? 맞다. 그걸 바라고 보냈고 만족했으나 그게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을 뿐이다.
아이가 쌓을 탑은 그게 아니었다. 정확하게 계획되어 무게중심을 예상하며 차근차근 쌓아 올린 튼튼하고 멋진 탑은 기대에 어긋남 없이 훌륭하지만 미약하다. 오차 없는 완벽함은 실낱같은 바람마저 두려워 지키는 일에 마음을 다하다가, 성공에 매몰되어 멀리서 바라보는 탑의 아름다움을 음미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완벽한 커리큘럼을 따르는 생각대신, 빈틈이 주는 여유 속에 엉뚱한 생각이 확장되어 어제와 다른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 여행을 가지 않아도 영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삶에 대한 의욕이 충만하여 시선을 가둬두지 않는 것. 시작과 끝, 성공과 실패에 대한 벽이 없어서 자유로이 넘나들었으면 좋겠다.
높이 올라가기를 바라며 고개를 치켜들지 않고 그저 어떤 날은 공들여 쌓고 또 다른 날은 무너뜨려보아도 괜찮았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가 바라는 모양이 떠오를 테니까.
답답해하는 이는 오히려 아이의 조부모님이셨다. 요즘아이들은 학원을 몇 군데 다니는 줄 아냐며, 발맞춰서 보내야지. 하는 걱정을 종종 내비치셨다.
"그렇죠. 맞는 말씀이세요. 계속 안 보낸다는 게 아니라, 조금만 더 지켜볼게요. 충분히 배움을 즐기고 있으니 속도는 천천히요."
나중에 커서 유년의 기억 속에제약 없는자유로움이 떠오르면 좋겠다. 그걸 영감 삼아 유일한 삶을 그려가길 바란다.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 건 이런 것이다. 당장 큰돈이 걸린 일이나 중요한 시험이 코앞에 있어도 무심하고 무덤덤하게 내가 쓴 컵 하나를 냉큼 씻는 것, [월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