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장구치기 싫어서.

소신 있는 아이

by 예담


카톡음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지만, 아이는 한번 들춰보더니 이내 덮어둔다. 읽고 있던 책에 다시 집중하다가 폭죽 터지듯 연신 울려대는 알림음에 다시 핸드폰을 들더니 무음으로 바꾸고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갔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누구한테 저렇게 카톡이 오는 것이며, 왜 답도 하지 않고 제대로 읽지도 않는 걸까?' 심지어 표정에 변화도 없다.


아이에게 궁금한 점들은 묵혀두는 편이다. 순간순간 묻지 않고 가만히 지켜본다.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묻지 않아도 종알종알 대는 아이들이니. 굳이 하나에서 열까지 알아내어 진두지휘하지 말자는 주의다. 하여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도 관망하는 편이고 아이의 가방도 허락 없인 열어보지 않는다. 물론 핸드폰을 보지도 않지만, 데이터나 저장공간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이 먼저 봐달라고 가져온다. 가능한 오래 존중하고 싶다.


쇼파에 둔 아이의 핸드폰이 지직 거리며 진동음을 내고 있다. 여전히 한번 들춰보고는 툭 뒤집어놓는 누나를 보던 동생이 기다렸다는 듯 일침을 가했다.


"누나는 왜 읽고 답을 안 보내?"


"안 해도 돼."


"왜?"


"난 맞장구치기 싫으니까."



무슨 연유인가 했더니 아이에겐 나름의 소신이 있었다.

같은 반 아이들끼리의 단톡방과 친한 친구들끼리의 단톡방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지금 다들 뭐 해?" 라거나 "내일 숙제 뭐야?" 같은 일반적인 안부나 질문의 대화에는 참여를 하지만, 특정된 타인의 뒷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눈치가 없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거나, 혹은 촌스러운 아이에 대한 농담이 오고 가면 아이는 핸드폰을 덮었다. 선생님에 대해 좋지 않은 표현이 오고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한 친구가 물은 적이 있다고 한다. "너는 J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좀 싫지 않아?" 동조하는 친구들 틈에서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 나는 잘 모르겠는데? 괜찮은데."


그리고 조금씩 은따를 당하는 친구에게 다가가 곁을 내어주었다. 친구가 되어 같이 놀며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도록 잡은 손을 끌어주었다. 혼자서는 생기를 잃었지만 함께라면 서로 생기를 밝혀줄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단톡방에서 나오면 되지 않아?라고 생각했던 나는 역시 한수아래.

항상 좋은 얘기만 오고 갈 수도 없듯이 맘에 들지 않는 이야기가 매번 나오는 건 아니니까, 내가 생각하는 대로 되길 바랄 수는 없다고. "하지만 난 맞장구치지 않아. 오히려 도와주지."라고 아이는 작은 입으로 강단 있게 말했다.


휩쓸리지 않는 마음은 단단하다. 작고 연약한 아이의 마음은 말랑하고도 단단하여 형태가 부서지지 않는 손두부의 정성스러움을 닮았다. 더러 어른은 아이보다 무른 마음으로 단단한 척하느라 뭉그러진 날들이 있었다. 그런들 다행이지. 함께라서 기꺼이 닮아갈 수 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빛나는 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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