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담 Dec 26. 2023

산타를 믿어요!

크리스마스 선물

열한 살 남자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 


12월의 시작부터 열한 살 아이의 마음이 바빠졌다.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사주시겠지? 나는 착한 일을 많이 했으니까." 


"응. 당연하지. 이렇게 착한 아이한텐 제일 먼저 오실걸?" 


(안심한 듯 활짝 웃으며) 

"그런데 내가 갖고 싶은 건 해외배송이라 크리스마스에 받으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말꼬리를 흐리며 나를 슬쩍 쳐다본다.)


"산타할아버지가 알아서 하시겠지. 뭘 그런 걱정을 해. 그리고 갖고 싶다고 모두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야. 세상에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바쁘실 거야." (한술 더 뜨는 엄마... )


"에이~~ 엄마 사실은 산타는 아빠잖아. 아빠가 사서 가져다 놓는 거 알아." 


"너 산타를 안 믿는 거야? 산타는 믿는 사람한테만 오는데에에에에." 


"아니야 나는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어. 정말이야. 농담이었어."


미리 주문을 하라고 엄마에게 언질을 주려는 아이의 간절한 마음이 귀엽다. 

아이들이 좋다. 아이가 가지는 천진함에는 향기가 난다. 노랫소리도 들릴 것만 같다. 

지금 아이들과 나누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더없이 소중하기만 하다. 


아이는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받고 싶은 선물을 변경했다. 아들이 갖고 싶었던 선물이 지나치게 비싼 것을 알았지만,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말해주었던 이유는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다. 검색을 해보고 해외배송에 터무니없는 가격에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세상에. 십만 원이 훌쩍 넘는 팽이라니...


우리 아들은 내가 안다. 그리고 적중했다. 아이는 내심 고민했을 것이다. 갖고는 싶지만 비싼 장난감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으리라. 돈의 가치를 알아야 할 나이다. 스스로 타협을 하며 선물을 바꾸는 과정 속에서 참을성과 강단이 생겼다. 


 두 번째로 갖고 싶었던 팽이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아이는 활짝 웃었다. 


"엄마 산타가 인피니트를 진짜 사주려고 했을까?" 

"응. 너의 마음을 보고  다음 크리스마스를  위해 메모해두지 않았을까?"  


우리는 마주 보며 깔깔 웃었다. 







열세 살 사춘기 누나의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에 산타에게 무얼 받고 싶냐고 물었더니, 아주 시크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산타를 건너뛰고 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한 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한 달 내내 기대하고 쪽지를  쓰며 마음이 바빴던 동생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후드티와 톤업크림. 물론 직접 고를 것이라고 했다. 


장난기가 발동해 넌지시 물어보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산타가 주는 건데, 기다려야지. 어떻게 직접 사?"


"그럼 엄마가 산타에게 돈으로 받아서 사주세요."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열세 살... ㄷㄷㄷ)


산타할아버지가 주신 돈으로 옷과 화장품을 사고 활짝 웃으며 말한다. 


"아빠! 고맙습니다. 너무너무 맘에 들어."


아빠는 그 말에 기분이 좋아 빙그레 웃으며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묻더니, 기어이 바지도 하나 더 사준다. 

사춘기 아이는 거울에 제모습을 비춰보는데 몰두하고, 아빠는 풍경이 되어 가만히 옆을 지켜준다. 나는 그 모든게 예뻐서 행복하다 생각하고, 열한살 남동생은 게임 캐릭터에 대해 종알종알 이야기중이었던 찰나의 순간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크리스마스가 행복한 이유는 전해줄 기쁨과 충만한 마음이 있어서이다. 


크리스마스에 믿기지 않는 슬픈 기사를 접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빠에 대한 슬픔으로 아이들이  힘들겠다는 글을 읽었다. 코끝이 찡해지고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그 아이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빠가 전해준 충만한 마음으로 영원히 바래지 않을 귀한 선물을 받게 될 거라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