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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담 Jan 01. 2024

오늘은 쉬면 안 돼요?

아이들과 연말 시상식을 보았다. 


깨끗이 씻은 딸기는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반만 꿀을 뿌렸다. (딸기를 좋아하지 않던 아들은 꿀을 뿌리면 곧잘 먹는다. 맛 때문이 아니라 혀에 닿을 때 약간 오돌토돌한 느낌이 싫은데, 꿀을 뿌리면 부드러워서 좋다고 했다. 그럴 수 있지.) 과자를 한 봉지씩 들고 큰아이는 소파에 책과 함께, 둘째는 책상에 앉아 오늘몫의 문제집을 풀고 있다. (거실에 아이들 책상이 있다.) 


해야 될 제 몫의 일에 예외를 두는 날이 생기기 시작하면 루틴이 깨져버린다고 생각한다. 하여, 주말이나 공휴일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허용해주지 않았다. 단, 여행이나 외출하는 날은 제외했다. 아이들은 큰 불만 없이 으레 그러려는 듯 해낸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기분에 따라 자유를 플렉스 하지 않으려 한다. 자유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 얻는 게 아니라고. 


사실 공부량이 많은 것이 아니기에 그저 기분 탓이라고 생각한다. 한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되는데 그것이 쌓이면 어마어마해진단 말이지. 성실함의 무게란 금보다 무겁고 값지다. 그래서 그냥 하라고 한다. 

오늘은 쉬고, 내일 두배로 하겠다는 아이에게 오늘 것은 오늘 끝내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입을 삐죽거리지만 제 할 일을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뿌듯한 표정으로 웃는 아이들이라서 고맙다. 내가 하는 악역이 나쁘지 않다. 






남편은 늦고, 아이들과 쪼르르 앉아 연말시상식을 보았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 연기자를 잘 모르기도 하고, 보면서 같이 웃을 수 있는 프로를 좋아하기에 우리는 연예대상을 본다. 깔깔 웃으며 티브이를 보던 아이가 물었다. 

"엄마, 저 사람은 개그맨이 아니지? 원래 직업은 다른 거지?"

"응. 맞아."

"그럼 가짜잖아. 근데 왜 저렇게 열심히 하지? "


아이의 의문은 순수했다. 직업이면 당연히 잘하고 열심히 해야 하는 게 맞는데, 업이 아니면 조금 어설프거나 설렁설렁하는 모습이 보여도 되지 않냐 하는 뜻이었을 거다. 


"꼭 그것이 직업이 아니라도 열심히 하면 진짜가 되는 거야. 진짜처럼 보여도 진심으로 임하지 않으면 가짜가 되는 거고,  가짜여도 열심히 하다 보면 진짜가 되는 거야"


아이는 가만히 듣고 있다. 사춘기가 되고부터 수긍이 가지 않으면 반박을 하거나 말을 보태는 아이인데 조용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을 끝내야 한다. 통하는 것 같다고 2절 3절 노래를 부르면 사춘기 아이는 질색을 했다. 보태는 말을 줄이고 묻는 말에만 성실하게!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성실히. 


하루하루 꾸준히, 성실하게, 새해 첫날도 짧은 외출 후에 각자의 몫을 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이란 화수분이 되어 어떤 방식으로든 발현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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