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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담 Jan 09. 2024

겨울방학의 아침.

아이의 마음을 바라본다. 


바야흐로 방학이 도래했다. 삼시 세 끼를 챙겨 먹일 수 있는 방학중에서도 겨울방학은 한층 의미가 깊다. 새 학기를 위해 체력을 쌓고 마음도 튼튼히 할 수 있는 시기이자 새로운 마음으로 뭐든 시작할 명분이 생긴다. 

추위도 잊은 채 놀고 있는 놀이터의 코흘리개 꼬맹이들도, 게임에 영혼이 팔려 있는 어느 집 아이도,  깐죽거리고 말대꾸를 하는 청개구리 사춘기도 예외가 아니다.  내색하지 않아도 자아실현의 욕구와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는 아이들 마음에서 조용히 일렁인다. 아이들은 긴가민가한다. 누구든 알아차리면 좋을 텐데, 모른 척, 아닌 척 무시해 버린 긍정의 욕구는 시간이 지나면 이내 고요해진다. 그래도 괜찮다. 아이들은 언제든 다시금 활력을 되찾고 기운을 내며 일어설 수 있는 존재이기에. 


아이의 의식과 무의식에 오래 남아서 힘이 되어주는 정서는 일상에서 나온다. 어느 특별한 날 다녀왔던 여행은 마음을 간지러 미소를 머금게 하는 추억이 된다면,  일상에 머금었던 정서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에 잠재되어 어려운 선택과 고난, 또는 외로움의 파도 앞에서도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날의 자잘한 행복을 모으고 음미하는 기쁨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1. 이불 밖은 위험해. 


겨울의 흐린 날은 유독 침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이미 깬 잠을 억지로 청하며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그 따뜻한 포근함에 취하면 이유 없이 마냥 행복하다. 겨울방학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것도 중학생이 되면 마음껏 누리지도 못할 테니 겨울방학의 늦잠에 잔소리를 보태진 말자 한다. 대신 그 시간을 나에게 유용히 쓴다. 덕분에 길어진 아침 시간에 책을 읽는다. 아이들은 꿀잠을 자고 나는 꿀 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고 나면 모두 컨디션 최상의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서로에게 더 유연한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할 에너지가 생긴다. 


2. 국민체조. 


일어나면 이부자리는 스스로 정리하고 양치와 세수를 끝낸 뒤, 따뜻한 옥수수 보리차를 한잔씩 마신다. 

그리고 유튜브 국민체조를 틀어 다 함께 체조를 시작한다. 방학이면 한결같이 행하는 우리의 루틴인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늘 처음처럼 까르르 까르르 웃음을 참지 못한다. 서로의 모습을 보고 웃고, 화면 속의 사람을 보고 또 웃고, 누군가의 몸에서 '딱'하고 관절 소리가 나기라도 하면 배꼽이 빠져라 웃는다. 방귀는 말하면 입 아프다. 아무튼 아침에 웃을 수 있음은 덤으로 받은 행복이고, 목적은 혈액순환을 시켜서 체온을 높이는 것이었다. 한바탕 체조를 하고 나면 아이들이 집에 있어도 한겨울 환기가 가능해진다. 


3. 몰입의 시간. 


집에서 공부를 할 땐 40분을 공부하고 10분을 쉰다. 둘째는 2타임, 첫째는 3타임을 한다. 학교로 치면 3교시까지 하고 마치는 거라 했더니 두 분 모두 잘 따르고 있다. 큰아이의  하루 학습량은 또래에 비해 비교적 적지만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고 다 공부가 아님을 우리는 해봐서 알지 않소.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한다. 아이는 소설을 쓰고 웹툰을 그리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나는 그 시간이 수학문제집을 푸는 시간에 치여서 모자라지 않길 바란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한창 일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방학때, 오전 학부모상담이 잡힌 날에는 노트북에 지브리 영화를 틀어주고 간식과 함께 아이들의 시공간을 묶어두었고 오후에 수업도 어찌어찌해나갔다. 챙겨둔 간식을 스스로 먹으며 책을 읽고,  엄마수업에 들어와 같이 공부를 할 때도 모범적으로 임하며, 큰 아이가 참 많이 도와주었다. 와중에 아이가 아픈 날은 유치원생인 첫째에게 두 살 어린 동생의 체온 재기와 물수건을 부탁하고 수업을 했다. 마치자마자 병원으로 뛰기 위해, 첫째는 동생의 외투까지 야무지게 챙겨입히고 대기 중이었다. 그렇게 컸던 우리 첫째는 지금 6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런 결핍의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을 더욱 귀히 여긴다. 아이에게 그 시절을 물어보면 남매가 서로 말머리를 잡으려 실랑이를 벌인다. 스스로 해내었던 것들, 힘들었던 기억, 두려움과 뿌듯함, 이름 몰랐던 무수한 감정들을 복기하며 이름을 붙여본다. "다시 돌아간다면 엄마가 그때 일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어?" 라고 물어보니 싱긋 웃으며 하는 말! "아니! 스릴 있고 좋았어! 엄마는 모르는 우리의 비밀도 있지. 흐흐흐."

아마도 몰래 사탕이나 젤리를 꺼내먹고,  위험하다고 하지 말라고 했던 장난을 친 것이 남매의 비밀일 테다. 



의미 없는 순간이 단 한 톨도 없어서 오늘도 놓치지 않고 조심히 담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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