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하는 아이

국어력의 중요성

by 예담


(유치, 초등 저학년) 사교육 업에 몸담고 있었을 때, 자주 받았던 어머님들의 질문.

한글을 뗀 아이, 초등 입학을 앞둔 아이들의 영어학습 시작 여부에 대한 상담.


요지는 이젠 잘 읽고 쓰니 외국어 학습도 시켜야 되지 않겠느냐! 친구들은 이미 시작했는데 늦어진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나신다는 그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저도 영어를 전공했고 가르쳤었지만, 국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한글을 뗀 아이들은 이제 영어 하면 될까요?" "아니요."

"이제 국어공부의 시작입니다."

"잘 읽고, 야무지게 쓰고, 제대로 말하는 법을 익혀나가야 됩니다."

"언어능력을 키우고, 정답이 없는 논술로 생각을 정리 확장시키며 단단하게 땅을 다져야 함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국어력을 위해, 엄마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인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지, 엄마의 간절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책 잘 읽고, 공부 잘하고 자기 주도 학습 잘되는 아이는 없습니다. 한 달 꼬박 시켰으니 이제 달라졌겠죠? 아니요. 변화를 바라는 엄마의 눈빛에 기대감에, 아이들은 이미 마음으로 지칩니다.


장거리 경기인 공부 마라톤. 결과만 바라보면, 나가떨어집니다. 긴 과정을 즐기며 걷고 뛰고, 때로는 쉼이 필요하겠죠. 그 모든 것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편안한 공기, 따뜻한 눈빛,그리고 재촉하지 않는 말투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집 아이가 처음 필사를 시작하던 날은, 아주 우연이었지요.(어쩌면 의도된 우연일까? ㅎㅎㅎ 원래 삶은 그런 것. ) 필사하는 엄마를 가만히 보더니, 그 펜 좀 빌려달라고.ㅎㅎ그저 만년필이 신기했던 꼬맹이.

빌려줬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입술이 실룩씰룩! 눈을 치켜뜨곤 "난 왜 예쁘게 잘 안 써지지?"


"이 펜은 매일 책 읽으며 쓰는 펜이라서, 매일 친해지고 길들여야 잘 써지는 거야."

"우와 좋겠다 신기해! 나도 할래 책 쓰기!!" 그래서 시작되었던 필사.

만년필과 친해지기 위해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필사를 하는 아이. 이젠 만년필이 길들여졌음에도, 취미가 되어 즐기고 있지요. 글쓰기를 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는 꼬맹이.


덕분에 저도, 저희 집 밤공기도 평온합니다.아이들과 책을 읽는 행복을 한껏 음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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