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삶의 방식은 다르니까.

by 예담



2년 전, 남편이 처음 이사 이야기를 꺼냈을 때 흘려들었다. 건성으로 대답을 하기를 몇 번 반복하니 남편이 제법 구체적으로 안을 제시한다. 반대했다.

"그냥 두면 더 오를 집인데 팔 생각이 없어! 여보, 왜 자꾸 이사를 가자는 거야?"

"애들 학군도 그렇고 여기보다 문화시설도 많잖아. 무엇보다 출퇴근도 가깝고 말이야."

"학군은 무슨, 다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 출퇴근은 고려해볼 만한 점이긴 하니 좀 더 고민을 해보자."


무엇이든지 생각을 깊게 하는 편이라 결정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나를 잘 아는 남편이었다. 여러 가지를 염두에 두며 알아보는 나에게 그는 테라스 사진을 미끼로 던졌다. 자꾸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오며 이런저런 좋은 점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알겠어! 생각해볼게."

"일단 집은 부동산에 내놓을게. 집은 빨리 안 팔리니까, 내놓고 고민하자."

"뭐?? 응???"


또 시작이 되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이 사람의 홀림이.

멍하게 소처럼 눈을 몇 번 끔벅거리면 딴 세상에 와 있기를 여러 번이었다. 결혼을 하고 이사도 몇 번을 했지만, 차를 5번이나 바꾸었던 그는 그중 4대가 외제차였다. 정말이지, 그 돈을 모았으면... 너는 그런 걸 다 두고 보는 게 참 희한하다며 부모님들은 가만히 있는 나를 타박했다. "그러게요." 그러면 나는 또 그냥 웃고 만다. 타박이 재미없어지게 힘을 툭 빼버린다. 내가 산 것도 아닌데 말리지 않은 내 탓이라니. 허허


"그렇죠. 내 아들이라면 저도 한소리 보탰을 수도 있지만, 배우자라고 '감 놓아라. 배 놓아라' 간섭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요. 의논은 물론 하죠. 하지만 판단은 본인의 몫이죠. 그걸 가지고 내 의견을 따르라 할 권리가 있나요? 매일이 선택의 연속이고 누구나 일상의 도피가 조금은 필요한 법인데, 결혼은 희생이 동반되니까 늘 참고 상대를 위해야 한다는 말은 시대착오 아닌가요? 서로를 잘 몰라서 알아가고 있을 때 존중해주었던 것처럼, 알아도 모른 척하는 것들이 있어요. 서로 그래 주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러고 싶어요. 아이들에 관한 건 모조리 아주 신중히 함께 고민하고, 주로 엄마인 제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요. 서로의 취향이나 취미는 존중해요.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고 행복을 찾아요. 근데 또 모르죠. 한 십 년쯤 더 흐르면 또 어떤 생각을 가질지, 절대는 없잖아요. 유연한 생각을 가지고 싶어요."



그의 30대에 들끓었던 차에 대한 관심은 40대가 되자 자연스레 미지근해졌다. 삶에 대한 관점이 바뀌며 자연스레 변한다. 시간이 암만 흘러도 변하지 않은 취향은............. 야구(롯데)지 뭐!




테라스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비가 오는 날 테라스에 톡톡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좋다. 노라 존스 앨범의 볼륨을 빗소리보다 살짝 높게 올리고, 빗소리와 음악을 함께 들으면 행복해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젖히면 햇빛에 반짝반짝한 바다의 광채가 마음을 밝힌다. 계절에 맞추어 옷을 갈아입는 산 풍경이 멋짐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날씨에 따라 반짝임이 다르고, 요트와 유람선, 고기잡이 배들의 유유자적함과 제트스키를 타는 이들의 에너지를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프레쉬하다. 그래서 초록색과 파란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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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쨍쨍한 날 집안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연채 청소를 끝내 놓고, 스콘 반죽을 한다. 반죽을 냉장고에 휴지 시켜놓고 기다리며, 책과 함께 마시는 커피 한잔이 좋다. 해가 조금씩 넘어갈 때 테라스에 나가 가만히 앉아서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고즈넉하다. 주말 아침 느지막하게 소박한 브런치를 즐기며 가족들과 도란도란 앉아 있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행복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 둘이 꽁냥 대며 마스크 없이 노는 모습이 단연 최고다.


햇살에 눈이 부셔서 미간을 찡그려도 어쩐지 웃는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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