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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담 Mar 16. 2023

포르투갈 포르투,
"익숙한 곳을 벗어나는 것"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11 _ Porto, Portugal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포르투갈 포르투,

네 번째 이야기: 포르투를 떠나며.





동 루이스 다리



포르투 성당

    오늘도 여김 없이 이른 아침 나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졌다. 뿌연 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해 보니 겨우 오전 5시밖에 되지 않았다. 예약한 리스본행 기차시간은 오전 8시 반정도였으니 앞으로 대충 약 2-3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체크아웃 전까지 숙소에서 푹 쉬어도 되겠지만, 이대로 포르투를 떠나게 되면 너무 아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은 도시를 더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지친 몸을 일으켜 아침산책을 나서게 되었다.


    어제 아침은 포르투 구시가지 쪽으로 아침산책을 하였으니, 오늘은 포르투 신시가지 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상벤투 역을 지나니 언덕 위에 '포르투 성당'이 보였다. 포르투 성당도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지어져 있어, 이곳에서도 포르투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을 한 명도 볼 수 없었고, 아직 잠들어 있는 고요한 모습의 포르투가 나는 좋았다.


동 루이스 다리 (Luís I Bridge, Ponte Luís I)

    포르투 성당의 언덕을 넘어가면 '동 루이스 다리 (Luís I Bridge, Ponte Luís I)'를 마주하게 된다. 동 루이스 다리는 포르투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이다. 상층부와 하층부가 나뉘어져 있는데, 상층부에는 트램이 지나다니고 하층부에는 차량이 통행한다. 걸어서도 동 루이스 다리를 건널 수 있고, 특히 관광객들 사이에서 동 루이스 다리 위에서 보는 노을과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동 루이스 다리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파리의 '에펠탑'과 유사한 건축 디자인 때문일 것이다. 에펠탑을 설계한 '귀스타브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가 동 루이스 다리를 설계하였다. 정말 철로 만들어진 다리를 보다 보면 마치 에펠탑의 일부분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동 루이스 다리를 건너며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생각보다 그 높이가 많이 높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 거대한 철골 구조물 위로 트램이 지나다니는 것도 신기했다. 다리 위에서 트램이 옆으로 지나갈 때마다 그 진동이 모두 온몸으로 느껴져 왠지 모를 스릴(?)을 즐길 수 있다. 포르투에 방문하였다면 이 동 루이스 다리는 한 번 정도는 꼭 건너보아야 할 만큼 관광 명소임은 틀림없다. 동 루이스 다리를 지나면 또 다른 전망 명소인 "Jardim do Morro"나 "Miradouro da Serra do Pilar"이 나온다. 특히 이곳에서 노을야경을 품은 포르투 전경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동 루이스 다리에서 보는 포르투 전경





포르투를 떠나며



    포르투는 "항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어떤 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포르투갈의 국명 자체도 이 포르투에서 유래하였다는 설도 있다. 어쩌면 포르투갈인들의 정신적 뿌리는 이곳 포르투에서 시작해 파생되어 퍼져나갔을지도 모른다. 


    포르투를 여행하며 이곳은 참 '따뜻한 느낌'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적이고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예스러운 건물들과 정적인 분위기가 이곳만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곳곳에 보이는 오렌지 빛 지붕의 예쁜 색채와 파란 아줄레주 타일,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의 낡은 벽과 높은 언덕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도루 강. 이 것만으로도 포르투의 향수를 느끼기엔 충분한 것 같다.


    포르투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이 무엇인지 질문한다면 나는 "정이 많은 포르투갈 사람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곳에서 나는 완전한 이방인이었지만 포르투의 시민들은 이런 여행객을 온화하게 맞이해 주었다. 길 위에서 마주친 많은 포르투 사람들은 나를 경계의 눈빛이 아닌 호기심 혹은 반가움의 눈빛이었고, 내가 포르투갈어만 할 수 있었다면 당장 10년은 알고 지낸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다가가 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식당에서도 포르투갈어라 잘 못 알아들었지만 서빙하시는 분이 메뉴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 주실 때 큰 감동을 받았다. 심지어 가격에 비해 양도 푸짐하고 맛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완벽했다. 따뜻한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포르투는 나에게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그림을 옮겨 놓은 듯한 따뜻한 노을과 어둠 속 은은하고 따뜻한 가로등 야경이 인상적인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상벤투역



    어느덧 길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가 훌쩍 지나있었다. 서둘러 호텔로 걸어가 체크아웃을 하고, 아침 8시 반 리스본행 기차를 타기 위해 상벤투역으로 급히 향했다.


상벤투역

    스페인에서 비행기를 놓친 경험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출발 30분 전부터 역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상벤투역의 오전은 기차를 타기 위한 사람들과 상벤투역의 아줄레주 타일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나도 상벤투역의 아줄레주 작품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상 포르투를 떠나려 하니 아쉬운 마음과 함께 포르투에서 3박 4일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지나갔다. 포르투는 주요 관광지가 다 모여있어 바쁘게 움직인다면 하루 안에 다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시이지만, 관광 명소를 포함한 전체적인 도시 분위기 자체가 매우 매력 있는 도시였다.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평생 다시 못 올지도 모른다..


    내 유럽여행 첫 번째 도시로써 포르투는 완벽했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리스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상벤투역 (São Bento Station)





리스본행 해안 열차



    상벤투역에서 리스본까지 직행열차가 없어 포르투 캄파냐역(Campanha Station)에서 환승하였다. 아무래도 처음 이용해 보는 유럽 기차역이라 그런지 나는 기차역 내부에서 꽤나 헤매었다. 다행히 내가 탈 리스본행 기차를 찾았고, 기차에 탑승해 좌석에 앉은 후에야 마음이 안정되었다. 산타 아폴로니아역(Santa Apolónia)까지 세 시간이 넘는 이동 시간 동안 창가 자리에 앉아 한없이 포르투갈의 풍경을 감상했다.


    대서양 연안을 따라 리스본으로 내려가는 기찻길은 완벽했다. 기찻길 바로 옆 새하얀 백사장이 있었고, 그 너머로 시원하고 푸른 대서양의 광활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또한 포도밭과 작은 소도시들을 지나가기도 했다. 가끔씩 포르투갈의 풍경이 중남미나 동남아시아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포르투갈이 대항해시대에 세계 곳곳에 영향을 많이 끼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추측을 하였다. 반대로 한국과 비슷하게 보이는 곳도 한두 곳 있어서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하며 실소했다.


    전체적으로 공통된 느낌은 매우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유명한 관광도시가 아닌, 기차 안에서 이동하며 살짝 봤던 자그마한 동네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한적하고 평온한 곳에 산다면 '여유를 중요시'하는 내 성향과 잘 맞을 것 같았다. 지금은 집 없이 이곳저곳 유랑하는 여행객 신세지만, 언젠가는 정착하여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만의 이상적인 공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매번 익숙한 것을 떠나 새로운 것을 마주할 때는 마음속에 걱정두려움이 든다. 그러나 직접 상황에 부딪혀 하나하나 헤쳐나가면 성취감과 함께 끝없는 자신감, 용기를 얻는 것 같다. 포르투를 떠나는 지금 이 순간도 한국을 떠날 때처럼 불안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나에게 어떤 느낌을 선물할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행복노트 #8

익숙한 것을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마주할 때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들지만,
힘들어도 버티고 이겨나가면 조금씩 자신감을 얻음과 동시에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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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domkim_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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