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단편 소설 쓰기
인하우스 생활을 하면서 글과 그림을 병행했고,
그러다 독립출판과 인스타툰 세계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여럿 중에서도, 오늘은 단편 소설에 관한 이야기.
집 바로 뒤에 있던 작은 책방(지금은 없어졌지만)
거기서 좋아하는 작가님이 진행하던 ‘일상 소설 쓰기 클래스’에 참여했다.
소설이라고 하면 뭔가 거대하고 장엄한 걸 떠올리지만,
사실 일상의 모든 순간이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었다.
목표는 단 하나.
2주 안에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것.
Where is my IDEA?
첫 주에는 자기소개하고 서로 아이디어 나누고,
소설을 이루는 요소들이 뭔지 감 잡는 시간이었다.
문제는
다음 모임까지 내 글이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다들 일상의 순간 속 특이한 모먼트를 기가 막히게 캐치해 내는데 나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 삶, 너무 삭막한가?’
아니, 사실 삭막해도 만드는 사람은 이야기를 만든다.
문제는 내가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러는 사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 훅 지나갔다.
D-2. 이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나와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평소 전화를 하지도 않는 내가 친한 친구 (나와 같이 대문자 N인)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걸었다.
"내가 2일 안에 단편 소설 하나를 써야 하거든? 소재를 생각해야 하니 아무 말이나 주고받자!"
"어? 그래-!"
친구와 진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주고받았다.
어설픈 탁구를 치듯 한 마디 던지면 내가 아무 말이다 덧붙이고
친구가 다시 받아쳤다가 이 단어에 꽂히면 또다시 다른 말 덧붙이고...
그러다
미스터리, 호텔, 실종
이런 키워드가 나왔다.
어라? 좀 흥미로운데?
갑자기 영화처럼 이야기 하나가 머릿속에 솩 스쳐 지나갔다.
"일상 소설은 물 건너갔고,
과제 시나리오를 적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난 극적으로 가야 구미가 당기는 사람인 건가?"
전화를 끊고 한밤중에 키워드를 바탕으로 캐릭터랑 사건 기승전결을 정리해 나갔다.
이제 내일 퇴근하고 쓰기만 하면 된다.
D-1. 진짜 글쓰기 모드 ON 발등에 불
전화를 끊고 한밤중에 바로 캐릭터·사건·기승전결을 정리했다.
다음날 출근해서도 일 끝내자마자 디테일을 보강했다.
퇴근 후 저녁 먹고 바로 노트북 들고 책방으로 직행.
이제 2-3시간은 세상과 단절된 글쓰기 시간이다.
타 닥타닥타다다다닥—
모든 집중력을 다 끌어모아 쓰고 있는데,
"어라, 작가님? 뭐 하고 계세요? 설마 우리 과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소설 쓰기 모임 주최하신 작가님!
"하하하... 네... 제가 이제 아이디어 정리하고 글쓰기 시작해서요.
오늘 집중 최대치로 끌어올려서 완성하게요 하하....(머쓱)"
벼락치기 숙제하는 걸 선생님께 들킨 학생처럼 공기가 어색했다.
그래. 이곳은 독립출판 작가들의 단골 아지트다.
거기서 글을 적고 있으니 누구라도 마주칠 수밖에.
(그게 하필 모임 주최자 작가님이라니. 타이밍도 이런 타이밍이)
부끄러움은 잠시 아껴두고 9시면 문 닫는 책방의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썼다.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영감이 나오는 것인가!
이렇게 집중한 게 언제가 마지막인지!
"오, 저기... 작가님, 저도 이제 마감하고 퇴근해봐야 해서."
"으아아아아! 사장님, 죄송합니다. 벌써 시간이! 사장님, 작가님 내일 만나요!"
"내일 마무리한 최종 글로 만나요. 기대가 됩니다."
"하하하하... 열심히 집 가서도 달려볼게요 거의 결말 단계예요"
집으로 돌아와 자기 직전까지 마무리를 했다.
간략한 작가 소개와 함께
최종 본 보내기를 하고 침대에 장렬히 전사.
완성. 그리고 공저 단편집
다음날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바꿔 읽는데
유달리 내 글만 장르 소설이라 튀었다.
어떻게 이렇게 무심코 흘러가는 소재로 이런 이야기를! 그저 감탄할 수밖에...
피드백과 감상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지고
몇 번의 오탈자 수정 이후 공저 단편 소설집이 나왔다.
와 2주 만에 단편 1개 쓰기가 가능한 일이라니.
정말 하면 해. HMH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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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도하, 오늘도 강을 건너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