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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도르노 Jun 24. 2022

"한국어 쓰지 마세요"

반 클라이번 콩쿠르 스트리밍을 지켜보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는 최하영(첼로)이 우승했고,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는 임윤찬(피아노)이 우승했다. 이 외에도 많은 콩쿠르에서 입상 소식이 들려온다. 실로 놀라운 결과이며 내가 노력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인으로서 매우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다. 평소에는 실시간으로 챙겨보지 못했었는데, 이번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승 첫 무대는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유튜브 라이브에 입장한 나는 기대에 부풀어 연주를 감상했다. 빠르게 올라가는 실시간 채팅창에 심심할 틈도 없었다. 한국인의 결승 진출답게 한국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재미있던 점은 연주자가 눈에 띄는 실수를 하면 언어 상관없이 'oops' 혹은 'oh...'를 연발했다는 것. 내가 약간 거슬린다고 느낀다면 바로 실시간으로 청중들의 반응이 온다. 역시 다 비슷하게 듣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연주를 감상하던 도중 눈에 띄는 채팅을 발견했다.

"한국어 쓰지 마세요"

곧 다양한 의견이 채팅창에 등장했다. 왜 그래야 하냐, 내가 쓰겠다는데 왜 그러냐, 내 맘이다, 어그로냐, 세계에서 모이는 채널이니 영어를 쓰는 게 당연한 배려다, 쇼팽 콩쿠르에서 영어 쓰라고 했다 등등... 이런 일로도 논쟁이 일어나다니. 그러려니 하는 성격의 나에게는 신선한 일이었다. 참고로 주최 측에서는 딱히 영어 이외의 언어를 제지하는 문구를 게시하지 않은 듯했다.


이후 음악 하는 지인들과의 스케줄이 있었고, 이 사태(?)를 공유하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곧바로 '왜?!?!'라는 반응이 튀어나왔다. 쇼팽 콩쿠르 때 채팅창 관리에 곤란함을 느껴 영어 사용을 권유했던 것이 관습처럼 남은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도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반 클라이번 콩쿠르 스트리밍에는 실시간 댓글창이 닫혀있었다. 채팅창 관리에 어려움을 느낀 것은 맞는듯하다.


세계적인 콩쿠르이니만큼 다양한 언어의 욕을 모아서 사용하지 못하게 처리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영어권에서 개최되는 콩쿠르인데 굳이 그러한 책임을 져야만 하는가? 정답은 없다.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며 끝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내가 이 끝없는 논쟁에서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점점 실시간 스트리밍이 발전되어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게 된 만큼 주최 측에서도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청자들도 매너 있는 온라인 환경을 만드는 데에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청중들이 연주자의 실수에 비난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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