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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May 12. 2022

대기업 퇴사 12일차

Z세대의 퇴사 그 이후

▣ 퇴사한 직장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퇴사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는 항상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첫 번째 회사에서는 단순히 대기업으로 이직만 하면 모두 끝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작 대기업에 가고 보니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었다. 연봉이 올랐어도 체감하는 차이는 미미했고, (주 1회 과외만 해도 채울 정도의 수준이었다.) 업무는 생각보다 전문성이 떨어졌다. 계속해서 시키는 일만 하다 보면 나만의 특별함은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확신이 생겼고 그날 퇴사를 했다. 퇴사를 생각하면서 읽었던 책들.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누어져 있다. 재테크와 퇴사 이후의 삶이다. 유투브 영상도 많이 봤다. 지금도 유투브에 '퇴사'라는 키워드를 치면 수많은 영상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에서는 '절대로 퇴사를 하지 말라.'는 영상도 있고 '퇴사 후 행복을 찾았다.'는 영상도 있었다.


(내가 보고 큰 도움을 받았던 책과 영상들은 아래에 첨부했다.)


나의 퇴사일은 4월 30일이다. 그러니, 오늘로 퇴사 12일차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다. 퇴사 전에는 그냥 하고 싶은 공부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생계를 내팽개친 채로 공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성인이고 나의 밥벌이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퇴사하고 나서는 대학원에 갈까, 다시 취업을 할까 하는 고민들을 했는데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선택지를 하나하나 지웠다.


Q. 대학원에 가면 내가 행복할까?

A. 행복할 것 같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전공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대학원에 간다면 오히려 그곳에서 진로 고민만 하다 불행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러니, 언젠가는 대학원에 가더라도 시기를 잘 설정해야 한다.


Q. 재취업을 하는 것은 어떨까?

A. 회사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람이 곧바로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아직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언젠가는 회사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최소한 9개월 간은 회사에 가지 않겠다는 명확한 기준점을 정했다.

퇴사 후 기존의 회사 생활을 복기해 보면서 회사 생활이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전공을 살린 직무에 취업했으나 HRD라는 직무에서 전문성을 드러내고 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모든 회사 생활이 그러하겠지만 어떤 부서와 어떤 팀에 배치되고 어떤 상사를 만나는가 하는 것은 모두 '운'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내가 실력으로 그 운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가? 적어도 내가 있었던 회사에서는 실력으로 운을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나는 상사에게 입에 발린 말을 잘하는 타입이 아니다. 무례하지는 않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고 사생활에 대해서 거론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 그렇다면, 나는 어떤 직무를 택해야 할까?

1. KPI가 평판으로만 증명되어선 안된다. 나의 실력으로 극복 가능해야 한다.

2.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직무여야 한다.

3. 회사 업무를 통해 얻는 인사이트가 있어야 한다.

4.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개인적 역량도 성장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5. 회사를 나오더라도 그 경력을 사용해서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퇴사자의 자기계발 (학위과정 / 자격증 준비)


올해 5월의 자기계발 일정이다. 회사를 다닐 때 가장 채워지지 않았던 갈은 내가 발전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학점은행제 심리학 과정과 한국 방송통신대학교 데이터·통계과학과 학위과정을 병행하고 있었다. 이제는 회사를 다니지 않으니 공부량을 늘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량을 확 늘렸다.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금융'과 'Data Science'이다. 나는 결과물이 남는 공부를 좋아하기 때문에 자격증을 따 보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말해서, 대학에 진학한 이후 TOEIC을 한 번 응시해 본 것 외에는 자격증을 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재미있게 공부해 볼 생각이다.

아래는 5월 현재 공부 중인 것들.


☆ 학위과정

1. 학점은행제 심리학 (7월 완료, 2023년 2월 학위 취득)

2.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데이터·통계과학과 학위과정 (3학년 진행 중, 2024년 2월 학위 취득)


☆ 금융 자격증

1. AFPK (재무설계사 / 5월 18일까지 수강 완료 후 시험 접수)

2. 투자자산운용사 시험 접수


☆ Data 자격증

1. ADsP (5월 21일 시험)

2. SQLD (5월 28일 시험)


 퇴사자의 밥벌이

퇴사를 주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 젊으니까 나오면 무엇이라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열심히 N잡을 위한 플랫폼들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우선 예전에 일한 적이 있었던 학원에 연락해 국어 강사 자리를 얻었다. 그리고 숨고 플랫폼을 활용해서 추가적인 수입을 구했다. 대학생 때 한 번도 쉬지 않고 과외를 하고 학생들, 학부모님들과 탄탄한 관계를 구축해 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사람 일은 이래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나 보다. 내가 다시 강사 일을 하면서 다음 인생을 준비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용돈 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던 것이 빠르게 자리를 잡는 데에 큰 도움을 준 것 같다.

이제 퇴사 12일차지만, 지금까지 구한 일자리들만 하더라도 충분히 먹고살 만한 정도가 되고도 남는다. 위의 일정표를 보면 꽤 빡빡해 보이지만 정작 일하는 시간을 환산하면 주 23시간 정도다. 이를 일하는 날인 6일로 나눠보면 하루 평균 3.8시간 일하는 셈이다. 즉, 24시간 중 이동 시간 1시간가량과(비대면 수업인 날은 이조차 없다.) 잠자는 시간 7시간을 제외하더라도 대략 12시간 이상이 내 시간이다. 여기에 플러스로 계속 공부해서 파이프라인을 늘려나갈 생각이다.

회사에 다닐 때에는 수면시간 7시간 + 이동시간 2시간 + 업무시간 (점심시간 포함) 9시간을 제하고 나면 하루 중 내가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이 6시간에 불과했다. 퇴사 후 내가 스스로 주도성을 가지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정확히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그럼에도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지 않았다. 물론 내가 스스로 영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페널티는 있지만, 내가 시간의 주인으로 하루 12시간 이상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다. 그리고 이 일은 계속할수록 나의 경력이 된다.


 그렇다면, 퇴사를 추천하는가?

하지만 나는 퇴사를 추천하지 않는다.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퇴사 후에도 최소 6개월 이상 현재의 삶을 영위할 자신이 있을 때 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퇴사를 후회하는가 하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 더 빨리 퇴사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수많은 책을 읽고 매일 퇴근길에 유투브를 보면서 퇴사 후의 삶을 상상하고 두려워했었는데 정작 퇴사하고 보니 아무 일도 아니었다. 어떻게든 먹고살 길은 생기게 마련이다. (자신이 별도의 커리어를 쌓아뒀다는 전제 하에)

회사에 있었다면 낮의 햇살을 보지 못했을 시간에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한강에 가서 한적한 시간에 돗자리를 펴고 한참을 누워 있기도 한다. 그리고 저녁 즈음이 되면 잠깐 수업을 하고 또다시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즐긴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이 없으니 시간적 제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사라졌다. 대신,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일정한' 돈이 사라진 것은 조금 아쉽지만 그것 이상으로 얻는 이익이 크기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저녁 시간 4시간을 내어주고 나는 자유를 얻었다. 앞으로 나의 입장은 분명히 변할 것이고 때때로는 퇴사를 후회하는 날도 생길 수 있겠지만 일단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퇴사 전 읽은 책 (재테크)


 퇴사 전 읽은 책 (퇴사)


 퇴사 전 보면 좋은 영상

1. 이런 경우엔 퇴사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I0GpLnFoHsA 

2. 퇴사하는 MZ, 그들은 왜 떠나는가

https://www.youtube.com/watch?v=RLO4goMgqCM 

3. 직장을 나오면 미래가 없다는 아버지, 직장에 있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아들

https://www.youtube.com/watch?v=2T2LxoiX2hI 

4. 1년 전, 대기업 퇴사 후 알바생이 된 남자

https://www.youtube.com/watch?v=At2lErVT6Zw&t=418s 

5. '철밥통' '신의 직장'이라고? 왜 청년들은 공무원을 그만둬야 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xv5eHKuf2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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