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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Apr 23. 2022

얼마나 귀중한 특권인지


감사일기 901일 차. 요즘 대충 쓰는 감사일기가 많다. 바쁘게 일상을 보내다가 '아 참, 감사일기 안 썼지'라는 생각에 부랴부랴 쓴다. 전 날 무얼 했는지, 어떤 감정을 만났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감사일기를 쓰기가 유난히 곤란한 날은 다음과 같다. 


1.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보냈는데 대체 뭐가 감사할까.. 싶은 날

매일 감사일기를 쓰다 보면 특별한 사건을 찾으려고 할 때가 있다. '어제 별일 없었는데.. 특별하게 한 일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 그건 감사함을 특별한 '사건이나 행동'에서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900일 동안 감사일기를 써오면서 깨달은 게 있다. 매일 똑같이 느껴지는 일상에서 찾게 되는 감사함이란 행동이나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생각, 느낌'에서 샘솟는다는 것을 말이다. 


'대체 어제 무얼 했나'라는 생각은,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느라 내 감정을 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 중 여유로웠던 시간이 무척 적었다는 반증이다. 감사일기를 쓴 이후로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에게 경고한다. '지금 너무 바쁘게 사느라 너 자신을 잊고 있어'라고. 


2. 괴롭고 화가 나는 일이 생겨서 감사 거리가 없다고 느낄 때

일을 하다 보면 타인의 실수 때문에 매우 곤란해지거나 손해를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여러 번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화를 참기가 어렵고 억울하다. 뒷수습을 하느라 화낼 틈도 없이 바쁘게 보낸 날엔 '이 상황에서 대체 감사거리를 어찌 찾나' 싶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하루를 찬찬히 돌아보면 어쨌든 괴로운 일이 끝났다는 것도 바쁜 와중에 식사를 챙겨 먹었다는 것도 모두 감사한 일이다. 


힘든 일을 겪어 감사 거리가 전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어." 샤나는 이렇게 인정하더니 뒤이어 말했다. "그럴 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지 않아서, 혹은 내게 두 다리가 있어서 감사하다고 쓰면 되지 않을까. 솔직히 나도 한 번 그런 적이 있거든. 두 다리가 있어서 감사하다고 쓴 적이 말이야.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 p.32


최근에는 1번의 경우가 많다. 그만큼 바쁘게 지낸다는 의미다. 바쁘니 어쩔 수 없지..라고 여기고 싶지만 지금보다 더 바빴던 작년 초에도 감사일기는 진심으로 썼다.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 같은데 지어내는 듯한 감사일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감사가 습관이 된 것 같은데 그만 써도 되지 않을까. 귀찮은데 그만둘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학생들을 만나서 첫 수업을 할 때, 늘 이렇게 말했다. 


'수학이 싫다'라는 주문을 버리고 좋다고 생각해 봐. '아~ 정말 싫은데. 문제 푸는 거 딱 질색이야!'라고 되뇌면 안 그래도 어려운 수학이 싫어질 수밖에 없어. 억지로라도 '나는 수학이 좋다'라고 외치고 같이 공부해 보자!


라고. 나는 '수학이 좋다'라는 이 말이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3개월쯤 지나면 '수학 너무 싫어요!!'라고 외치던 아이들에게서 '그래도 재미있을 때도 있어요'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나도 감사일기를 쓰기 전에 '귀찮다. 쓰기 싫다'라는 말 대신 '좋다'라고 되뇌려고 한다. 감사일기가 얼마나 좋은지, 내 삶을 얼마나 바꿔놓았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포기할 수 없다. 어렵게 만들어진 매일 감사일기 쓰기, 꾸준히 이어가 보자!


아침에 일어나면 살아있다는 것이, 
숨을 쉬고 생각을 하고 즐기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특권인지 생각하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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