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말로 설명해 줄 수 있어?

아이를 키우며, 나를 배우는 중입니다

by 희망

축복이는 이제 35개월이다. 요즘 들어 발음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응, 그랬구나” 하며 대충 넘기거나, 내가 알아서 의미를 짐작해 대답하곤 했다.

며칠 전, 아이가 장난감을 들고 와서 말했다.


“커피야.”


무슨 말인지 감이 오지 않아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말해봤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다른 말로 설명해 줄 수 있어?”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다. 아직 세 돌도 안 된 아이에게 ‘다르게 설명해 달라’는 말이 가능할지 확신도 없었다. 그런데 아이는 잠시 멈추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식탁 위에 놓인 컵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커피.”


다른 말로 설명하는 대신, 행동으로 자기가 말하고 싶었던 걸 표현한 것이다.


처음엔 그저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 장면이 계속 마음이 남았다. 그때 우리는 단순히 말을 주고받은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했고, 아이는 그 상황을 받아들여 자기 방식으로 표현을 바꿨다.


예전에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아이 말이 이해되지 않을 때 “선생님이 잘 못 알아들었어. 다시 말해줄래?”라고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잠시 생각한 뒤 다시 설명하곤 했다. 그때의 장면이 그대로 펼쳐진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아이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 때, 대신 말해주지 않으려고 한다. 발음은 좋아지고 있으니 그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고, 아이가 나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그 과정이 무척 재밌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이가 말을 멈췄을 때 조금 더 기다려본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하면, 아이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선택할지가 궁금해진다. 그런 시간을 통해, 나도 아이에게 조금 더 여유를 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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