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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Aug 28. 2021

달라졌다

점점 더 확실하게 느낀다. 내가 달라졌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나는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늘 피곤에 찌들어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바쁘지 않은 때는 한 시도 없었다. 5분, 10분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바쁜 직종이긴 했지만 휴일에도 정신이 없었다. 일할 때도 놀 때도 시간에 쫓기는 건 내게 당연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퇴사하고 건강 회복을 위해 갔던 한의원에서 그랬다. 온몸이 잔뜩 긴장한 상태라고. 괜히 그런 소리를 하며 약을 팔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 알 것 같다. 열심을 다해 바쁘게 일하고 정신없이 노는 게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한없이 느긋해졌다. 친구가 안부를 물어오면 바쁘다는 말 대신 '잘 지낸다'라고 말한다. '큰일 났다'라는 말 대신 '괜찮아'라는 말을 더 자주 쓴다. 소심하고 성격이 급해서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고 어쩔 줄 몰라했는데 이제는 차분하게 받아들일 줄 알게 되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 중 대부분은 큰일이 아니다. 순간 놀라 큰일이라고 느껴져도 천천히 살펴보면 별거 아니다. 사소한 변화에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기를 썼는데 이제는 변화가 기대된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나의 생각과 마음 상태는 인위적으로, 그러니까 내가 억지로 감사일기나 긍정 확언 등을 통해 만들려고 노력 중인 '남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더 노력해야 '평온'이 진짜 나의 성정이 될까, 남의 옷을 입은 듯한 이 느낌은 언제 사라질까, 어떻게 하면 갖고 싶은 '삶을 즐기는 태도'를 진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지금은, 확실하게 내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오늘 블로그 강의를 들었다. 몇 달 동안 들을까 말까 고민했던 강의다. 블로그에 집중할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 같고, 지금 이대로도 좋고, 블로그에 어설프게 손댔다가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변할까 봐 두려웠다. 두려움과 망설임의 이유는 수만 가지였다. 뭐 하나 시작하는 데 생각만 하다가 피곤해져서 포기하는 스타일이랄까.


막상 원하는 것을 시작해도 걱정이 많고 변화를 두려워했다. 작년 초에 코칭을 받고 블로그에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결국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못했다. 왜 나는 도전하는 척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물러날까. 왜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할까. 외적인 직업, 블로그, 관계 등을 바꾸기 전에 나의 무의식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모임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독서모임 리더 꼬양님을 통해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면서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을 경험하고 '매글'이라는 모임으로 '매일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나의 근본적인 가치관과 삶을 대하는 태도, 타인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아주 조금씩 바꿔놓았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자리를 잡아 '진짜 내'가 되고 있다.


블로그 강의를 들었다고 해서 짧은 기간에 극적인 변화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2주간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기존의 나를 완전히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안다. (작년 초에 나는, 못마땅한 나를 버리고 새로 태어나고 싶었다) 2주 동안 쏟아붓는 노력이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도 괜찮다. 당장 2주 뒤에는 변화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 모든 시간이 쌓여 지금의 나에 '새로운 무언가'가 얹어질 거라고 믿는다. 변화를 즐기는 내가 반갑고 기쁘고 설렌다.


정말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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