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망 Feb 12. 2022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일 뿐

첫째 조카 반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뉴스를 확인하지 않아도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반 전체 학생들이 검사를 받았고 금방 결과가 나왔다. 마스크를 철저하게 쓴 덕분인지 다행스럽게도 모두가 음성이다. 코로나는 대체 언제 끝이 날까. 확진자는 늘고 있는데 대처 방법은 없고. 결국 독감처럼 공존해야 할까. 참으로 답답하고 암담하다.


제약이 많은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는 아무것도 못 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파격적으로 줄었다. 내심 잘 되었다 싶은 모임도 있으니 내항인인 나에게는 좋은 일이기도 하다. 사람은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존재라는 것을 깊이 깨닫는다.


코로나 때문에 생긴 변화 중에 가장 반가운 점은 스스로에게 집중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내편이 퇴사하게 되어 우리의 삶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둘이 종일 붙어있으면 싸우지 않냐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싸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둘이 함께 이런저런 새로운 형태의 매일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업을 시작해서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 있기도 하고, 훌쩍 제주도로 떠나 마냥 걷기도 했다. 보드게임을 하며 하루를 보낸 날도 있고, 어떤 시기에는 조용한 카페를 찾아다녔다. 집밥에 대해 고민하며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하루 종일 TV와 유튜브를 보며 뒹굴기도 했다.


되돌아보면 하루하루 내키는 대로 살았구나 싶다. 문득 불안이 몰려오고, 이대로 살다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 고민이 깊어진다.


나의 시시콜콜한 일상이자 내게 꼭 맞는 코트 중 하나는 낮잠이다. 내가 정규 직장을 포기했을 때 얻은 가장 확실한 장점은 낮잠을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다는 점이었다. ~ 자산을 늘리거나 투자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는 이유도, 빚 없는 진짜 내 공간을 유지해야 잠이 잘 오기 때문이다. 빚이 있으면 소득 활동을 해야 하고, 아무리 고소득의 정신노동이라도 내 잠은 일보다 뒷전이 된다. 심지어 소로가 주장하는 자연에서의 좋은 삶도 내가 자고 싶을 때 자는 자유와 안락함보다 중요하지 않다. 낮이건 밤이건 졸릴 때 알람 시계를 신경 쓰지 않고 달콤한 기분으로 즉시 자는 것! 그것을 일생 동안 변함없이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 내게 가장 잘 맞는 코트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내가 농담하는 줄 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웃지 않고 이 이야기를 한다. 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은 남의 눈에 이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p.179


최근 만난 <숲속의 자본주의자>는 이런 나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준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개인적인 일상은 남의 눈에 이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 '낮잠'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안심이 된다.


사실 아무도 나에게 '오늘 하루를 그렇게 살면 안 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이는 오직 나뿐이다. 나만이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며 이야기를 지어낼 뿐이다. '이대로 살다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 속에 '어떻게'를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면 사실 걱정보다 큰일은 아니다. 언제 한번 내편과 작정하고 앉아서 최악의 상황을 그려봤다. ‘예전 직업으로 돌아간다. 수입은 적을 테지만 새로운 직업을 구한다. 지금처럼 살면서 더욱 소비를 줄이고 행동반경을 좁힌다. 모든 자산을 처분해서 집값이 저렴한 지역을 찾아 정착한다.’ 등등 막연한 두려움보다 별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되었다.


잘 지내다가도 문득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을 때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펼쳐 들어야겠다. 저자처럼 단단한 가치관과 삶에 대한 태도를 장착하면 나도 언젠가 저자의 '낮잠'처럼 나에게 가장 중요한, 지극히 개인적인 무언가를 찾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내 멋대로 사는 것이 참 좋구나'라는 단단한 마음으로 매일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작가의 이전글 싸우고 화해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