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재회 / 2) 특정한 약속일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사랑에 있어서 너무나도 열정만 있어서도 아니되고, 그렇다고 냉정이 흘러서도 아니된다. 여기 두 남녀의 입장으로 그려진 영화가 있다. 바로 '냉정과 열정사이'이다. 사실 이는 책으로도 더 유명해져서 영화로 제작이 된 것이다. 책은 기존의 연애소설과 사뭇 다르다. 이는 남자의 입장과 여자의 입장을 각기 다른 작가가 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시각으로 사랑이 뭔지 한 사랑이 남녀가 어떻게 여기는 지 다시 알게 되는 작품이다. 다소 긴 내용을 그 것도 남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짧게 담은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영화와 책을 다 감명깊에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우선, 영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1994년 봄. 미술 전공한 있는 준세이(타케노우치 유타카)는 예전 작품을 복원해주는 일. 즉, 복원사로 유명해져서 어느 정도 성공한 인물이 되었다. 준세이에겐 애인이 있는데 그녀는 메구미(시노하라 료코)다. 하지만 준세이는 현재의 애인보다 옛 여인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이름은 아오이(진혜림)다. 그는 시간이 흘렀어도 잊지 못하고 있는데 친구를 통해서 아오이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이오는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석상으로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두 말 할것도 없이 준세이는 그녀를 만나러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향한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결혼을 한 상황이었다. 재벌 사업가인 마브(마이클 윙)과 부유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녀의 삶을 지켜보던 준세이는 아오이 옆에서 자신이 할 역할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저 이렇게 멀리서 들었던 내용을 잠시나마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만족을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사랑을 뒤로한 채 쓰라린 상심을 안고 돌아서야 했다. 그러한 중 준세이가 자신의 작업실에 복원하고 있던 그림이 찢겨져 있는 걸 보게 된 것이다. 이 누군가의 짓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서 자신의 직업을 그만 두어야할 상황까지 놓이게 된 것이며, 준세이는 그렇게 자신의 고향인 일본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일본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예전 두 사람의 헤어지게 된 오해. 즉, 두 사람 사이에서 생긴 아이의 유산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그 사건의 대한 내용을 알자 준세이가 큰 슬픔에 빠지게 된다.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끝까지 챙겨주지 못했던 아오이에게 이제는 그리움에서 더 미안함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준세이는 그렇게 아오이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이런 그리움이 어디 준세이 뿐이랴? 아오이 역시 준세이를 잊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어릴적 사랑이 너무 풋풋하여 아직도 그녀의 머릿 속에서 자리잡은 커다란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다시 만날 수 없기에 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런 중 준세이가 아오리를 찾으러 온 무려 5년이 지난 1999년 봄. 기적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바로 준세이의 편지를 아오이가 받아보게 된 것이다. 시간이 무려 10년이 흘렀던 옛 사람의 자신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쓴 편지다. 이러한 한 통의 편지로 인해서 아오이는 옛 추억을 떠오르게 된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동안 사랑했던 모습을 기억하면서 그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다. 현재 부부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오이는 남편인 마브보다 준세이가 더 간절히 원하고 있다.
예전의 기억. 1990년 봄을 기억한다. 동경대학에서 아오이는 준세이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홍콩 유학생이기에 외로움이 가득하다. 그러한 그녀는 차가워 보여서 냉정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그 냉정과 열정사이에 뿜어내는 오묘함으로 준세이와 사랑이 싹이 트게 된 것이다. 그들은 몇 해 전만 해도 이렇듯 세상에서 가장 뜻 깊은 사람으로 기억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남과 다름이 없다. 준세이는 일본에서 그렇게 생활을 하면서 아련한 첫사랑을 잊고 살다가 그만 자기의 스승 조반나가 자살을 한 소식으로 그의 추모를 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찾게 된다. 그 와중에 여러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데 가장 의미가 있는 내용이 기억이 나는 것이다. 10년전. 그녀와 한 약속이다. 아오이의 생일이 되던 그 도오모(성당)에서 보기로 한 것이다.
"너의 서른번째 생일날,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인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
이렇게 10년이라는 터울을 생각하고 만나는 이가 있을까?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동시에 오프라인 텔레파시로 네트워크를 한 셈이 아닌가? 어찌나 멋있는 믿음이 아닐까 싶다. 사랑은 이렇듯 기다림과 지킴에 있어서 빛을 발휘한다. 이는 세상이 하도 거짓사랑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거짓은 말로 현혹하여 지키지도 못할 것이며, 금새 변색되는 시대에 더 귀한 게 기다림과 지킴이라는 색체가 아닐까?
특히나 말로 현혹하는 거짓사랑에 대표적인 말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나는 너 밖에 없어"
"평생 너만 사랑할게"
"너를 만나서 너무나 행복해"
"난, 너 때문에 태어났어"
"우리 사랑은 운명이야"
"그동안 보고 싶었어"
등등의 수 많은 말이 진실일까? 어찌 사랑을 감히 말로 저렇게 짧게 표현할 수가 있을까? 굳이 말을 한다고 하면 뭔가 행동으로 액션을 취하고 오랫동안 뭔가 보여준 다음에 저러한 말을 하는 것은 진실해 보인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달랑 저렇게만 이야기 하면 엄청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잘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원한다면 그깟 사랑 해줄까?"
이렇게 들리게 하는 기분이다. 물론 말도 중요하지만 말 뿐인 사랑이 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의 감정은 청각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온 오감과 직감이라는 것이 합해서 생기는 것이다. 또한, 저 말은 아마도 저 때에는 진실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키는 것인가? 내일에 뭘 할지의 스스로의 계획도 지켜지기 힘든 삶 속에서 지킬 수 있을까?
"결혼하면, 네 손에 물도 안 묻히게 할거야!"
이러한 말로 속아서 넘어가는 신부는 없을 것이다. 아마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 아닌가? 물론 화성인 바이러스에 쓰레기를 전혀 치우지 않는 사람이 등장했는데 결혼 전 약속을 지키는 그 남자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지키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모든 말은 지키기가 힘들다. 하지만 지키지도 못할 말은 하는 것은 당시에는 그 말이 영원할 듯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다 거짓으로 된 이유는 사람이 변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스스로가 감정이 변하는 경우도 있기도 하다.
"평생 너만 지켜줄게"
라는 말에는 그만큼 현재의 네가 좋다는 것이다. 앞으로 네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펴도 '평생 너만 지켜줄게'는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인지해야 할 계산이다. 즉, 평생 지킬 약속을 어긴 것은 내가 아니라 상대가 삐뚤어져서 변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그 찰나에
"네가 바람을 피지 않는 한, 나는 너만 사랑해. 혹시 바람을 피면 우린 이 약속을 어겨도 돼"
이렇듯, 사람의 말은 99%가 거짓이고 진실해도 그 효력이 얼마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고서야 그 말들을 주어 담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지킬 수가 없는 게 사랑이다. 특히나 말은 더 그걸 방해하는 요소이다. 어쩌면 말보다 글이 더 가치가 있다. 기록적이고 변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약속된 재회 = 오랫동안 참은 인내 + 믿음을 지킨 충절
오랫동안 지킨 약속. 이러한 거짓사랑과 짧디 짧은 사랑의 유효기간 속에서 오랫동안 지켜오는 것은 대단한 충성심이다. 특히나 사업을 하는 사람을 더 잘 알겠지만, 어떻게든 돈만 벌려고 돈으로 얽혀진 사람들 대체적으로 사업가가 아니라 사기꾼과 같다.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는 시대에 오랫동안 순수히 지켜왔다는 것은 그 재회가 의미가 있다. 특히나 다시 만날 그 약속을 지켰고, 오랜시간 그 정점을 위해서 달렸다면 그 재회는 단순한 만남이 아니다. 거짓사랑 들판에 유일하게 지켜온 뿌리깊은 나무다. 여타 흩날리는 갈대와 전혀 다른 묵직한 나무일 것이다.
느닷없이 만남과 달리 이 약속된 만남은 더 특별하다. 이유인즉 그 동안 늘 서로를 생각했고, 잊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록 몸이 떨어져있어도 마음 속에서는 늘 기억해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만날 기약을 생각하면서 여태 살아 온 것이다.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살았기에 훗날 만남이 더 떳떳하게 보이려고 아마 누구보다 더 열심히 생활했을 것이다. 그간 다른 사랑도 물론 했었거니와 기약될 만남의 비해서 조촐함을 느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애틋함과 기다림의 설레임이 없었을 것이다. 오로지 서로를 믿고 기약된 이 만남만이 더 위대해보이며, 그 목표의 푯대를 향해서 달려왔을 것이다.
아마 질보다 양으로 가득차 있는 시대. 서로 연락처만 알면 연애 후보자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요즘. 어쩌면 서로의 사랑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 묵묵히 기다리는 이 심성이 빛이 나지 않을까? 서로를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떨어졌어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꼭 그렇지 않았다하더라도 그 상대를 이해하고 믿어줘야 할 것이다.그 영혼의 짝.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테스트를 한 것과도 같다. 시간과 주변 환경의 장애를 극복한 진정한 운명같은...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렇게 약속된 믿음으로 만났으나 서로간의 오해로 그만 여자는 남자를 떠나게 된다. 남자가 느끼기엔 아직도 그녀는 냉정하며, 여자가 느끼기엔 남자는 자신을 확실하게 잡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다 잡고 그녀는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서려고 기차역을 타고 다시금 아픈 추억을 뒤로 한 채 잊으려 한다.
아오이가 기차를 타고 내리는 역. 그 곳에 수 많은 이탈리아 승객들 사이에 누군가가 반대편을 바라보고 서 있게 되는데...
바로 확실하게 자신을 잡아 줄.. 그는 준세이다.
* 냉정과 열정사이 (마지막씬 - 열차에서 재회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EmDOrswR0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