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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Feb 25. 2021

그녀의 독립

딸보다 독립이 어려운 엄마

1999년도 4월,

딸이 태어났다.

마지막이며 하나뿐인 딸이다. 하얀 피부에 이마가 훤칠했다.

봄이 잉태되어 농익었을 때 즈음 태어났다. 길마다 들, 온 천하에 봄꽃들이 딸아이의 태어난 날을 축하해주듯 아름다웠고 따뜻한 빛으로 모든 것이 자라나는 계절이었다. 좋은 날이었다.


내 나이 24살,

1997년 11월,

나는 결혼했다. 하얀 웨딩드레스에 업스타일의 머리를 했다.

아침부터 비가 왔고, 비가 오면 팔자가 세다는 말을 들었으나

이만큼 살아보니 팔자가 그다지 센 것 같지는 않다.

예식이 시작하니 쨍하고 하늘이 개였고 약간 추웠지만 맑고 좋은 날이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 누군가는 아깝다고 했고 누군가는 적당한 때라고 했다.


올해 나이 23살,

2021년 2월,

그녀가 내 곁을 떠났다.

내가 결혼하던 나이에 딸아이는 독립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지 마자 짐을 쌌고 완전히 떠났다.

집에 오는 날은 가끔이고, 와도 잠깐 머무른다.


23년을 한 집에서 함께 먹고, 함께 울고, 웃고 떠들고,

때론 싸우기도 했고, 서로의 오해와 갈등으로 인해 울기도 했었다.

아픔을 주기도 하고, 때론 위로와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아픈 날엔 밤새 곁에서 안절부절못했고, 힘든 날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었다.

어디든 함께 다녔고, 무슨 일이든 우리는 함께 였다.

그녀가 부르면 만사제쳐 놓고 달려갔다.


이제는 보내야 하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

딸과 함께 했던 수많은 일들이 추억이 되어

나를 과거에 머물게 만든다.

이제는 보내야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24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

독립하기 좋은 나이지만

겉으로는 적당한 때에 잘 독립한 거라 말했지만

속으로는 아깝다.

아깝고

그립다.


이 밤,

딸보다 엄마 독립이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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