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을이 돼야 하는, 무례한 상사 앞에서, 무거운 택배의 무게에서,주민의 무참한 욕설 앞에서 고개 숙인 머리가 센 경비원의 어깨에서 , 학부모의 다짜고짜 쏟아진 욕설앞에 선 젊은 교사의 뒷모습에서 . 던져진 커피 앞에서 한없이 무너져 버린 알바생의 고통속에서 알곡의 무게가 가늠된다.
아이들을 닮았다.
폭력적이며 비인간적인인 엄마 앞에서, 작고 숨막히는 가방 안에서, 무서운 아버지앞에서,
형과 함께 쪼그리고 앉아 라면을 끓이려는 아이의 작은 어깨에서그 무게는 어른들이 짊어준 어린 희생양이다.
가을은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온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계절이지만
그 계절과 상관없이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날들이다.
아름다운 면들만 보려 하지 말고 아름답지 않은 고통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아름답게 가을이 성숙하듯이 나도 성숙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