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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Sep 30. 2020

한낮의 하얀 날과 어둠의 까만 날.

회복과 숙고의 시간들

한낮의 하얀 날과  어둠의 까만 날이 지나가고 있다.

낮은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는 활동의 에너지이면 밤은 어둡게 침전하는 숙고와 회복의 시간이다. 개미핥기의 긴 혀처럼 밤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허락된 밤의 시간은 찬 바람이 불어오면 더욱 짧아진다.


남은 날이 얼마일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산책길에 만난 씨 맺힌 민들레에게 물었다. 하지만 곧 떠날 채비를 하느라 바빠서 대답할 겨를이 없다. 한 해에도 여러 번 부활하는 민들레는 한 번뿐인 삶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피어오를 거라고 속삭인다. 우리 모두는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는 무한의 뫼비우스의 띠로 엮여있다는 말인가?


죽을 것 같은 공황장애는 죽을 것 같지만 절대 죽지 않는다. 불안과 스트레스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나를 통제할 수 없는 밤에만 변하는 하이드같이 갑자기 찾아온다. 나는 아니라고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것이 나도 그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번아웃이 될 때 조심해야 하며 만약 일어났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증상이 오히려 나를 살릴 수 있다.


극도의 불안감을 다시 느끼지 않으려고 일부러라도 쉬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병은 나를 살릴 수 있는 신호이다.

그렇다면 죽으라고 몸에서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살리고 내 안에서 소리치는 것이다. 민들레가 소리없지만 우리 곁에 늘 있는 것처럼 나를 살리기 위한 나의 몸은 소리 없이 부단히 애쓰고 있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이 내 마음에 이상이 생기면 마음을 잘 봐주는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며칠 전에 아이들의 집단상담 시간 중에 한 아이가 "마음이 아프면 미친 거니깐 정신병원에 가야 해" 하며 소리치는 모습을 보았는데 상담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더니 그제야 이해를 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미친 것인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신체증상의 일부는 마음에서 오는 병들이 많은데 오해를 해도 단단히 하였다.


신체증상이 있다. 하지만 병원을 가니 아무 이상이 없다. 그냥 아프다. 어디가 뚜렷이 아픈 건 아닌데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 내담자는 자신의 결혼생활은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아픔을 느낀다고 했다. 마음의 병이 신체증상을 일으킨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때 밥을 먹으면 체하거나 위경련을 일으키는 사람을 봤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평생을 편두통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도 있다.


미친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마음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어릴 때의 잘못된 양육으로 인한 그리고 수많은 상처가 죽을 뻔했던 어떤 두려움의 사건들이 나를 아프고 고통스럽게 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게 한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너무나 연약하고 약한 사람들이 찾아오거나 손을 내밀지 못한다. 편견을 버려야 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을 일반 감기 환자나 여러 다른 병처럼 봐야 한다.


주변에서 심리적인 어려움에 있는 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폐만 안 끼치면 되고 나 혼자만 조금 힘들면 되잖아"하며 회피한다. 평생을 희생하며 착하게 살아온 분들. 마음이 아파도 그냥 나만 혼자 감당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나를 위해 돈을 쓰거나 시간을 쓰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고 거부한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지만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술이나 카페인. 담배, 음식중독이나 일 중독. 공부중독에 빠지기 쉽다.


나도 일 중독과 관계 중독에 빠진 적이 있었다. 항상 약속을 잡아야 했고 늘 바빴으며 뭔가를 하지 않으면 매우 불안했다. 친구들이 전화가 안 오면 우울했고 집에 있어도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다녔다. 몰랐다. 내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많이 아팠다는 것을. 상담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많은 부분을 치유하였는데 내 안의 갈급함이 바로 내 마음의 병이었고 내가 살기 위해 상담을 선택했다.


왜 상담으로 진로를 결정했냐고 물었다. 그에 대답은 "나를 알기 위해서였고 또한 나처럼 연약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다."라고 했다.

연약하기 때문에 상담을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는 일을 평생 해도 좋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함께 나누며 고민하고 새로운 희망을 함께 찾는 일들이 나에게 가슴이 뛰는 일이다.


낮의 하얀 과 밤의 까만 날들 중 나를 돌아봐야 하고 나를 알아야 하며

나를 회복하고 나를 살리는 날들의 일부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


이 밤.

나는 비로소 나 자신과 오롯이 만난다. 회복과 숙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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