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 Nov 02. 2020

상처난 마음에 밴드를 붙여드려요.

몸도 마음도 아픈 날.

하늘에서 늦가을비가 내린다.

그 비들은 집 앞 삘래 건조 대위 방울방울,

주황빛 물이 든 단감에는 툭 미끄럼 타고 내려 다시 깊은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노랑 나뭇잎에도 작은 눈물방울 마냥 맺혀있는 오늘은 일요일.

일요일에도 일하러 길을 나선다.


주말밖에 시간이 없는 아이를 태우고 상담실로 가야 한다.

출발하려는 찰나에 전화가 왔다."선생님 제가 넘어져서 피가 나요. 많이 나요"" 그래? 조금만 기다려 지금 갈 테니 보고 얘기하자"

저 멀리 아이가 보인다. 아이의 키는 이미 성인 남자만큼 크고 덩치도 좋은데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다.

한여름 복장에 얇은 잠바를 걸치고 있다.

아이는 이미 나와 언제부터 기다렸나 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니나 다를까 무릎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벌겋기만 하고 피가 많이 나지는 않았다. 걱정한 것보다는 괜찮은 것 것 같아 다행이었고 괜히 놀랬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병원 가야 하지 않을까?""네, 뭐, 괜찮아요. 이러다 병균이 퍼지면 죽기보다 더 하겠어요?"

속으로 웃음이 났다.  약간의 피가 나서는 죽지 않으리란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약국에 가서 알코올 솜과 밴드를 샀다.


약국에서 소독하고 다시 출발.

주차를 하고 내리는 순간 아이는 감나무에 맺힌 힘없는 물방울처럼 쭈르륵  철푸덕. 쿵! 하지만 그 모양새가 빗방울처럼 귀엽지 않았다. 이제는 진짜로 내리는 비처럼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땅을 짚었던 손에도 상처가 났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아이도 나도 진짜로 당황했다. 아이는 순간 짜증을 다. 하지만 아이는 두 번째로 일난 일이라는 것 때문에,  또 주말 집에서 쉬어야 하는데다 마음도 힘든데, 몸까지 엉망이 된 상황에 이 모든것이 더해져 더 짜증이 났던 것 같다.


내리는 비가 원망스러운 날이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어때? 많이 아프지?"  짜증이 난 마음을 추스른 후 한참만에 "괜찮아요" 한다.

다행이다. 손목이라도, 다리라도 접질렸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아이는 마음이 아파서 왔다.

하지만 무릎이며 손이 다 까지고 엉덩방아를 심하게 찧어서 몸도 여기저기 아프다.

오늘은 마음이 아프고 몸까지도 아픈 날이다.

까진 상처는 소독하고 약 바르면 낫지만 마음은 쉽게 나을 수 없다.

마음도 몇 번의 상담으로 뚝딱 나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상생활에 빨리 적응해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이 소중한 시간들을 아름답고 충분히 누리고

오롯이 자신만 생각하고 자신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




한번 넘어졌을 때 잘 치유되어 아이의 마음이 단단해지길. 그래서 두번째 세번째는 넘어지지 않도록. 아니 다시 넘어졌을 때는 그 상처가 자신을 해칠정도가 아닌 툭툭 털고 금방 일어날수 있을 정도면 좋겠다.


아이는 불면의 밤과 무의식 깊은 곳에 상처 나서 아픔으로 멍들어 있는 마음이

아이가 현실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그릇이 깨어져 있는 모습이 다 우리들의 모습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짊어지게 한 멍에인 것이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아이가 아픈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부디 어른들이 상담만 보내면 다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


아이의 무릎에 약은 발랐지만 아물고 새살이 돋을때까지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도 마찬가지이기때문에.


기다려주고 참아줘야 한다.  더 이상 아픔도 주지 말고. 새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지켜주고 기다려줘야 한다.

그런다면 아이의 마음에 아로새겨진 상처의 흉터는 앞으로 아이가 찬란하게 빛나기 위해 필요한 창조의 원천이 될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옳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