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 Jan 05. 2021

당신이 옳다.

고민상담소

몇달 전 친한 후배가 걷자고 했다.


우리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고민이 있다고 한다.

이러쿵, 저러쿵, 이런 저런, 주저리, 주저리.

걸음은 적당하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지만 대화는 슬로비디오처럼 느리다.

슬슬 지겨워졌다.

나는 계속

"그랬구나.아이구, 힘들었겠다." 장단을 쳐주었다.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했다.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게 맞죠?"

답을 줄 수 없기에 답을 물어보면 난감하다.

틀렸다고 하면 맘 상할테고, 맞다고 하면 성의가 부족한것 같아 "글쎄 잘 모르겠는데.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다시 질문할수 밖에는 없다.


또 다시 후배가 자신만의 생각으로, 자신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하였다.

나에게 또 답을 구할 때마다 다시 물어봤다.

"아. 그렇구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 생각은 너에게 왜 중요해?"

좀 더 깊이 있는 질문 했다.

우리는 그렇게 무한 반복하였다.


산 한바퀴를 다 돌아서야 이야기가 끝이 났다.


"언니 덕에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 종종 이렇게 걸어요"

우리는 웃으며 헤어졌다.

정말, 진심으로 후배의 마음이 가벼워진줄 알았다.


오늘 통화하는데 꼭 해주고 싶었다는 얘기라며 말을 꺼냈다.

"언니는 다 좋은데, 너무 상담하는 것처럼 분석하려고 해요. 그래서 조금 불편했어요. 주변에서 그런 얘기 많이 듣죠?"

"으. 응. 글쎄."


진짜 분석해봤다.

결론은 본인이 본인 얘기에 불편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깊이 있는 질문은 무의식을 건들어지게 한다.
내면에 있는  감추고 싶은 진짜 마음이 불쑥 튀어나오면 어쩔 줄 몰라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감정을 투사한다.


첨삭도 필요하지 않고, 판단하지 말고, 분석도 말고, 질문도 말고, 닥치고 그냥 듣자.

매거진의 이전글 산이라는 고통과 집중의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