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주의보에_흔들리는_나라

by 배경진

1.

어젯밤엔 광풍이 불었다. 오후부터 내리는 세찬 비에다 거센 바람까지 몰아쳐 걸을 수도 없고, 눈을 뜰 수도 없었다. 마을사람들 모두 문을 걸어 잠그고 집으로 숨어들었다. 전날은 손님으로 방방이 꽉 찼는데, 오늘과 내일 풍랑주의보로 배가 뜨지 않는다는 소식에 서둘러 철수했다. 일정이 남은 사람들도 떠나버렸다. 주인장도 제주에 약속이 있다며 떠났다. 내가 이틀 동안 먹을 미역국을 한 솥 끓여놓고는. 집안이 텅 비었다. 이틀 동안 펜션을 통째 빌리는 셈이다. 조용해서 좋은가, 내 맘까지 텅 비어버렸는가.

2.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꿈을 꾸었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집으로 가려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하지? 명동 쪽으로, 을지로 쪽으로, 퇴계로 쪽으로 왔다 갔다 해도 집으로 가는 길을 도무지 모르겠다. 그때 한길사에서 같이 근무했던 한향림 씨와 마주쳤다. “나,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겠어. 휴대폰도 없고.” 그이가 어딘가로 전화를 해주었다. 얼마 있다 사촌동생 혜정이가 왔다.


3.

꿈을 깨고 나서 생각했다. ‘무슨 꿈이지?’ ‘어떤 암시지?’ 밖은 아직 비가, 바람이 그치지 않고 몰아친다. 이제 곧 내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텐데, 예지몽인가. 평소 나이를 먹더라도 그 상황만은 맞닥뜨리지 않게 해달라고 그렇게 빌건만. 아니겠지. 잠들기 전 노트북으로 본 뉴스가 잔상처럼 남아서일까. 풍랑주의보가 내린 우리나라, 갈 곳을 잃어 헤매고 있는 나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블루오션엔_블루문이_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