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엔_블루문이_뜬다

by 배경진

1.

여기에 나의 ‘집’이 생겼다. 블루오션펜션 3호실. 가파도에는 상동과 하동이 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만나는 상동,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하동. 하동포구에 높다랗게 서 있는 집이 블루오션이다. 이곳 사람들은 운진항을 잇는 블루레이호는 그냥 ‘배’라 부르고 블루오션펜션은 줄여서 ‘블루’로 부른다. 네댓 명이 머물 만한 큰 방 둘, 서너 명이 머물 만한 중간 방 둘, 두 명 정도 머물 만한 작은 방 하나. 모두 5개의 방이다. 그 가운데 나는 작은 방 하나에 몸을 누인다. 가파도터미널 매표원 김경윤 선생이 이 집 주인장을 소개해줬다.

2.

주인장 김봉윤 씨와 어떻게 친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경윤 선생이 일 년 전 이 마을에 오고 나서 벌어진 일이란다. 가파도는 우체국택배일 경우 집 앞까지 배달해주고, 그 외는 운진항 무인택배함에 두고 가면 본인이 가서 가져오는 구조다. 택배가 온다. 김봉윤의 물건은 택배용지에 김○윤이라 씌어 있다. 우체국택배 직원은 김경윤에게 갖다준다. 혹은 운진항에 물건이 놓이면 김경윤은 김봉윤의 물건을 들고 온다. 이런 연유로 둘은 통성명을 하고 가까워졌단다.


3.

블루오션엔 누가 머무는가. 일반 여행객은 거의 없고 낚시에 목숨을 건 사나이들, 아주 가끔 여인들이 머문다. 주인장은 울산 현대자동차에서 장기근속 후 정년퇴직을 한 다음 낚시가 좋아, 낚시만 할 수 있는 여기로 들어와 펜션을 운영한다. 재직 시에도 낚시를 즐겨 다닌 만큼 이 방면엔 고수다.


4.

보름쯤 지내다 보니 패턴이 눈에 들어온다. 손님들은 보통 이틀, 길면 사흘 정도 머물면서 낚시‘만’ 한다. 아침과 점심은 자신들이 가져온 라면이나 누룽지탕을, 저녁엔 낚아온 물고기를 다른 방 식구들과 나누어 먹는다. 대부분 실력자들이라 저마다 잡은 회로 상이 푸짐하다. 주인장은 만 원을 받고 저녁을 차려내는데, 직접 뜬 회에다 밥과 밑반찬을 제공한다. 회를 뜨는 솜씨도 고수다. 이곳 조류에 훤한 그는 손님들을 포인트로 데리고 가 낚시 요령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5.

나도 아침 점심은 식당의 밥솥에 항상 준비된 밥을 차려 먹고, 저녁은 이들과 같은 자리에 앉는다. 세상 돌아가는 화제라면 화기애애하게 나누다가 본격적으로 낚시 이야기가 시작되면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나 내 방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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