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는 바람이 유독 세고 많아 옛날부터 표류와 난파가 잦았던 곳이다. ‘정이월 바람살에 가파도 검은 암소뿔이 오그라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바람은 섬사람들에게는 일상다반사다. 강풍이 불면 집밖으로 안 나오면 되고, 풍랑주의보가 내리면 물질을 멈추면 되고, 칼바람이 불면 옷을 겹겹이 껴입으면 된다. 가파도 사람들은 바람과 맞서지 않는다. 같이 껴안고 산다.
2.
며칠 전엔 ‘밖에 나갔다 왔다.’ 여기 사람들은 배를 타고 모슬포에 갔다 오는 걸 밖에 나갔다 온다고 한다. 나가서 핫팩‘만’ 사 왔다. 며칠 전에 오일장에서 생필품을 사왔지만 이번엔 단지 핫팩 하나 사러 배를 탔다. 전날 경윤 선생과 섬 살기의 고단함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물었다.
“여기 와서 제일 힘들었던 건 뭐예요?”
“추위와 바람 때문에 무릎이 시려요.”
“난 아직 괜찮은데요?”
“좀 더 당해 봐요. 아직 12월이잖아. 곧 1월이에요.”
3.
다음날, 아이고 바로 다음날 바로 무릎이 시큰거렸다. 맞바람을 상쾌하다 여기며 아침, 점심, 저녁 싸돌아다닌 후유증인가 보다. 하, 바른 입에 바른 말. 요 입이 화근이지. 어떻게 이 난관을 뚫을까, 곰곰 생각했다. 그래, 핫팩! 핫팩을 무릎에 붙이면 되지. 모슬포 홍마트와 정마트엔 옷에 붙이는 핫팩이 딱 열 개밖에 없었다. 박스로 더 있느냐는 물음에 직원은 퉁명스럽게 그게 다란다. 할 수 없이 열 개씩을 싹 쓸어왔다. 백팩을 짊어지고 상동항구에 내려 하동까지 걷는데, 그게 그렇게 무거울 줄이야. 돌아와서 쿠팡에 가입해 로켓배송으로 한 박스 더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