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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엔 ‘가파도해녀촌’의 주인 수자 씨가 모슬포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딸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가파도에서는 이를 일러 ‘잔치 먹으러 간다’고 한다. 친지와 친구를 부르는 결혼식은 이번 주말이다. 베프에게 물었다. “삼촌, 내가 잔치 먹는 자리에 가도 될까?” “안 될 거이 뭐꼬? 부주만 하꼼(조금) 허민 되주.” 그래서 나도 삼촌들을 따라 그 자리에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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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프와 함께 첫 배를 타러 상동포구로 가니 주민들로 터미널이 웅성거렸다. 오늘은 삼촌들 목소리가 다른 날보다 반음은 높다. 마을의 경사를 앞두고 모두 달뜬 목소리다. 운진항에서 내려 각자 차편으로 모슬포항 근처 동성식당으로 몰려갔다. 자연산 활어 전문식당이다. 딸과 사위가 문 앞에서 마을 어른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수자 씨는 흰 저고리에 연보라색 치마, 딸은 흰 저고리에 하늘색 치마로 단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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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위엔 해산물이 풍성하다. 성게미역국을 먼저 떠먹었다. 시원하다. 젓가락질이 쉼 없다. 베프는 내가 뿔소라+게맛살+전복+고추꼬치구이를 맛있게 훑고 있으니 얼른 접시를 앞에 가져다 놓는다. “많이 먹으라.” 짙은 녹색의 저 바닷것은 무어더라? 이름이 생각 안 나 옆에 앉은 영자 씨에게 물었다. “이건 무어죠?” “으응, 청각.” “아, 맞다, 김장김치에 넣는 청각.” 오징어숙회·갈치구이·수육을 한 점씩 다 맛볼 즈음 떡이 상에 올랐다. 떡 접시가 비자 신애 씨가 물었다. “더 갖다 주카?” 더 들어갈 자리가 없어 사양했다. 젓가락을 놓고 한담을 즐기고 있으니 달달한 커피 한 잔씩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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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을 냈더니 수자 씨가 “아이구, 거딘 안 줘도 되커라.” 하고 사양하듯 손사래를 쳤다. 억지로 쥐어주자 농협상품권 봉투를 내밀었다. 1만 원 짜리 한 장과 5천 원 짜리 한 장을 각각 담은 두 개의 봉투였다. 베프에게 이유를 물었다. 이전엔 두루마리화장지를 답례품으로 주었는데, 이젠 그에 준하는 상품권 한 장과 그걸로 아쉬우니 작은 금액의 상품권을 덤으로 한 장 더 주는 거란다. 이런, 정말 재미있는 답례품이군. 하객들은 다시 배를 타고 섬으로 돌아왔다. 비록 결혼식은 아니지만 요즘 가파도의 혼례 풍습을 엿볼 수 있었던 작은 행운에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