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를 떠날 날이 딱 한 달 남았다. 밖에 나왔다가 ‘블루’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춘희 삼촌이 집에서 나와 올레를 걸어온다. 눈이 마주쳤다. 평소와 달리 표정이 없다. 스쳐 지나며 우리가 나눈 대화는 이러하다. 성량은 여리게, 조금 세게, 아주 세게.
“가지 마.”
“네.”
“가지 마!”
“네!”
“가지 맛!”
“넵!”
“정말?”
“…….”
마지막 말을 맺지 못한 나는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출판사에서 오래 일했다. 정년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산다. 해녀가 좋아 제주 가파도에서 그들과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