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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소라 출하 현장에서 영남 씨를 만났다. 서귀포시에서 ‘가파도식탁’을 운영하는 바로 그 영남 씨. 상군해녀인 그녀는 출하량이 어마어마하다. 은갈치축제 때 들러 성게비빔밥을 먹고 왔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해녀 영남과 가파도식탁>. 9월 17일자). 가파도에서 다시 만나자 무척 반가워한다. 그러곤 뿔소라를 잔뜩 쥐어준다. 끙, 들어보았더니 무게가 상당하다. 일부러 식당에 들러준 성의에 보답하는 것이리라. 몇 번 사양하다 하도 강경해 못 이기는 척 받았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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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소라회 시식. 소라를 망치로 팍팍 뽀사서 마침 밀물로 포구를 찰랑찰랑 채운 바닷물을 떠서 헹군 다음, 내장을 빼내고 입에 한 입 물었다. 윽, 짜다. 그래도 이런 뿔소라회를 어디 가서 먹어본단 말이냐. 짠물은 뱉어내고 꼭꼭 씹었다. 오독오독. 오대양을 건너온 생생한 바다 맛이 한입에 느껴진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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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뿔소라 시식. 소라를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는다. 팔팔 끓는 물에 5분 정도 삶은 다음 건진다. 정식으로 먹기 전에 싱크대 앞에 서서 먼저 시식을 해본다. 젓가락을 돌돌 돌려 내용물을 꺼낸 다음, 내장을 떼내 초장을 묻히지 않고 먹어본다. 소라회처럼 짜지 않다. 잘 익어 보드랑한 해산물이 혀끝에서 춤을 춘다. 다음엔 새빨간 초장을 종지에 줄줄 부은 다음 살짝 찍어 씹는다. 씻은 상추 위에 소라를 얹고 초장을 듬뿍 찍어 우걱우걱 씹는다. 집으로 돌아가면 이제 이만큼 싱싱한 소라를 어디 가서 먹어본단 말인가. 에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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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소라_라면을 먹어 본 경험들이 있으신지? 문어라면은 익히 잡솨 보았겠지만 뿔소라_라면은 쉽지 않을 텐데? 신라면을 보글보글 끓여 푹 퍼지기 전에 삶은 소라를 살짝 면발 위에 던진다. 파 송송, 계란 탁! 요건 다음에. 소라의 싱싱한 향기가 다른 재료에 묻히지 않도록. 소라의 향내가 배어들도록 빨리 한소끔 후루룩 끓인 다음, 너른 대접에 확 쏟아 식탁으로 옮긴다. 입속에선 벌써 침샘이 포문을 열었다. 좀 심하게 말해 소라 반, 면 반. 소라를 건져 맛을 본 다음, 면을 흡입한다. 후루룩 후루룩 면발 치는 소리가 좁은 공간으로 퍼진다. 꼭꼭 씹어 천천히 넘기라고 훈수들을 두거늘 지금은 소용없다. 이성이 마비된 나는 게 눈 감추듯 해치워 버렸다. 젓가락을 쪽쪽 빨며 탄성을 내뱉었다. 아, 라면을 2개 넣고 끓일 걸 그랬나?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