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녀 홍사리

가파도에는_해녀가_산다_131화

by 배경진

1

애기해녀와 친구가 되었다! 어떻게? 브런치의 글에 해녀 한 명이 답글을 달았다. 늦깎이로 해녀세계에 입문해 서귀포 바당에서 물질을 하는, 아마 가장 나이 많은 애기해녀가 아닐까 한다는 자기소개에 이어, 가파도로 한 번 찾아오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귀향 날짜가 임박했다는 답글을 올리자 지난 월요일에 서둘러 나를 찾아왔다. 우린 첫 만남에 두 손을 부여잡고 팔짝팔짝 뛰었다. 나는 그가 해녀라서 반가웠고, 그는 내가 해녀라는 직업에 관한 글을 써주어서 반갑단다. 그날따라 파도 때문에 배가 일찍 끊기는 바람에 긴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2

방문을 했으니 답방을 가는 게 순서지. 지난 토요일, 새벽 밥 지어먹고 첫 배 타고, 버스 타고 갔다. 그날은 그가 중문 주상절리 근처 바당에서 물질하는 날이었다. 보내준 주소를 입력한 앱을 켜고 찾아갔다. 물질을 막 끝낸 그는 머리카락에 물도 안 마른 채로 해녀들이 물질하는 포인트 세 곳을 차로 안내했다. 다음엔 집. 그날 그는 알바가 있어 우린 연신 시계를 보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길고 깊은 이야기를 쉬지도 않고…, 참 오랜만이다.


3

“홍사리가 본명인가?” “아니다. 여기선 작은 망사리를 홍사리라고 하는데, 그게 마음에 쏙 들어 닉네임으로 쓴다.” 아이쿠, 그랬구나. 난 홍 씨 성에 사리가 이름인 줄? 물론 고개를 갸우뚱하긴 했었다. 우린 그 짧은 시간에 서로 살아온 인생을 졸가리만 잡아 대충 전했다. 둘의 나이를 합치면 장장 10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너무 빨리 말하느라 숨이 다 찼다. 물질을 하고 나서 쉬지도 못하고,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는 나름 공부를 많이 하고, 세상 경험도 풍부한 사람이었다. 책장엔 책이 빼곡했다. 해녀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글을 쓰고 싶어졌단다. 난 애기해녀를 만나서 흥분했고, 그녀는 ‘작가’를 직접 만났다며 흥분했다. 글을 쓸 테니 보아달란다. 매일 매일 해녀일지부터 시작하라고 운을 뗐다. 나는 귀향하려는 시점에 만난 것이 아쉽다 했고, 그 또한 그게 무척 아쉽다고 했다. 우린 자주 전화로, 문자로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기로 하고 헤어졌다.


4

꿈인가 생신가. 나는 경력 1년차 애기해녀와 경력 40년차 해녀삼촌을 친구로 모시게 되었다!

해녀 홍사리의 테왁과 망사리
서귀포 바당. 가파도와는 또 다른 환경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바다가 텅 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