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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_건강해지고_있어요

by 배경진

1.

하늘과 바다와 #청보리와 더불어 나는 하루하루 건강해지고 있다.


2.

집에 있을 때는 시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눈가는 눈물로 뀌적뀌적하고, 사물은 망막에 또렷한 상을 맺지 못했다. 30분 넘게 책을 읽으면 눈이 침침했다. 그런데…. 가파도의 자연은 높고, 넓고, 푸르고, 집집마다 지붕은 낮다. 이래저래 눈이 호사다. 일부러 먼 곳을 바라보겠노라 각성할 필요도 없다. 환경을 바꾼 지 두어 달이 지나니 눈가는 보송보송하고, 사물은 또렷해졌다. 저 멀리 송악산이, 한라산이, 마라도가 마치 눈앞에 있는 듯 가깝다. 바라건대, 개선된 시력+세상을 대하는 혜안이 덤으로 주어지면 좋겠다.


3.

내 방은 조촐하다. 노트북과 책꽂이, 이부자리가 전부인 방 한 칸이다. 낮엔 햇살이 따스하고, 밤엔 정적이 내려앉는다. 난방은 알맞고 세간은 질서정연하다. 먹고, 자고, 읽고, 놀고. 만나는 사람은 해녀 삼촌들뿐. 낚시 고수들이 ‘블루’를 드나들지만 방문만 닫으면 소음은 차단된다. 오랜만에 나만의 고적한 시간을 보낸다. 단순하게, 갈등 없이, 피곤한 선택 없이, 긍정적으로. 환경을 바꾼 지 두어 달이 지나니 저혈압으로 뒷머리가 땡기던 증상이 사라져버렸다. 밤엔 주체할 수 없이 잠이 쏟아지고, 아침엔 미련 없이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나는 이렇게 가파도에서 날마다 건강해지고 있다.

청보리 많이 자랐죠? 4월엔 장관이 될 거예요.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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