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의원에 다녀왔습니다. 손목이 많이 아파서지요. 일산 집보다 여기선 손목을 무리하게 씁니다. 양이 적어서 손빨래를 하고, ‘블루’ 식당에 쌓인 설거지를 보면 하게 되고, 삼촌들이 무거운 걸 옮기는 걸 보면 거들지요. 왼손잡이인 나는 왼쪽 손목이 주로 아픕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되겠다 싶어 침을 맞으러 갔습니다.
아침에 터미널에서 배를 기다리는데 삼촌들이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해녀들은 귀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 목소리가 큽니다. 싸우는 거 아닙니다. 이제 적응이 되어 그러려니 합니다. 인사를 하니 반 정도는 인사를 받네요. “언니는 오늘 뭐 핸?” 순신 삼촌 소식을 내게 묻는 겁니다. 집에 있더라고 대답했습니다. 삼촌 하나가 전동차에서 내리며 어디 가냐고 묻습니다. 대정한의원 간다니까 같이 가자고 합니다. 안면이 익은 해녀는 아닙니다. 나는 여기서 눈에 확 띄는 존재지만, 나는 160명가량의 주민은 아직 일일이 모릅니다.
운진항에 내리기 전 모슬포개인택시를 불렀습니다. 항구에 내려 콜한 택시가 오기에 삼촌과 타니까 또 한 삼촌이 다가와 행선지를 묻습니다. 대정한의원 간다니 같이 가자고 합니다. 이래서 오늘은 삼촌 둘을 새로 사귀었습니다.
한의원 데스크에는 해녀이거나 4·3유족이라면 미리 알려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그분들은 진료가 무료라는 이야기를 순신 삼촌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간호사가 해녀냐고 묻습니다. 아니라니까 “가파도에서 온 분은 모두 해녀 같아서요”라고 합니다. 나도 해녀이고 싶답니다.
수요일·목요일·금요일 사흘 연속 다니다 보니 손목이 훨씬 부드러워졌고 손목이 아파 힘들었던 뒷짐을 지는 게 됩니다. 의사도, 간호사도 친절하고 부드러워 한의원 가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길, 11시 배는 놓쳤고, 12시 배를 기다리느라 한 시간 가깝게 운진항에서 기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