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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해녀들의 ‘성게 지킴이’

by 배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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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들은 해산물 보호차원에서 허채기와 금채기를 정해놓고 정확하게 지킨다. 6월부터는 뿔소라 금채기에 들었다. 석 달 동안 구경을 못하게 생겼다. 싱싱한 그 맛은 아직 혀끝에 생생한데…. 그럼 무얼 잡는가. 성게다. 뿔소라와 비교하자면 고가다. 같은 무게라면 20배 정도 된다. 그러나 뒷작업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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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는 상하기 쉬운 생물이라 몸속에서 서걱거리는 바당 짠물을 씻을 새도 없이 고무옷만 벗어던지고 작업을 시작한다. 가시를 주의하며 몸통을 반으로 가르고, 차 숟갈로 일일이 노란 알을 빼낸 다음 바닷물에 담가 체로 불순물 걸러내기를 서너 번 한다. 잡는 시간만큼 손길이 가는 중노동이다. 쪼그리고 앉아 어깨를 펼 틈조차 없어 물질만큼 고되다. 그래도 생계에 큰 도움이 되니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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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해녀들은 성게 철이 돌아오면 순찰을 나선다. 일명 ‘성게 지킴이.’ 성게가 아니라 금게로 불리니 당연하다. 가나다순으로 7명씩 5조다. 가파도 해녀 숫자가 나온다. 나의 베프는 강 씨라 1조다. 전동차를 타고 해안을 돌면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외부인은 없는지 지켜본다. 삿갓조개나 군벗을 캐려고 해안에 내려가는 걸 보기라도 하면 소리를 질러 나오라고 한다. 성게를 안 잡아도 바닷가 출입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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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성게는 알이 꽉 차 굵다. 물살이 세기로 이름 난 가파도 성게는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해 잘 팔려 나간다. 성게는 민물에 닿으면 못 쓰게 되기에 작업 전에 바닷물을 길어두어야 한다. 베프는 플라스틱 물통 10개를 준비했다. 만조로 바닷물이 가득 찬 날 해안가로 내려가 바닷물을 바가지로 떠서 전동차에 실어와 집에 쟁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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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마쳤다. 그런데 어촌계에서 성게 트러 가자는 기별이 오지 않는다. 6월 2일이 14일로 연기되었다가, 다시 17일이 되었다. 가파도엔 이제 미역이나 톳이 나지 않는다. 전복이나 홍해삼의 크기도 날이 갈수록 잘아진다. 성게 또한 점차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전조는 아닌지 불안하다. 목을 빼고 성게 잡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나에게 베프는 모슬포 소식을 전한다. “그디 해녀들은 성게 작업을 시작했다는 거라. 씨알이 아주 작아졌댄. 그래 수입이 3분지 1로 줄어들었다 허여.” 내일이 6월 17일이다. 가파도에서는 올해 과연 성게를 잡을 수 있을까? 나는 과연 베프가 성게 잡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을까?

성게지킴이.jpg ‘성게 지킴이’ 1조에 속한 나의 베프는 해안가에서 순찰 중이다. 가끔 휴대폰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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