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놔! 안개다! 성게 잡기는 글렀다. 어젠 파도가 높아 못했고, 오늘은 안개다. 삼촌들은 성게를 잡을 희망에 새벽 밥숟가락이 분주했을 테고, 나도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어젖혔는데, 틀렸다. 대신 해녀들은 갯닦기를 한다. 갯닦기란 갯가 닦기의 준말이다. 보통은 갯가에 떠내려 와 쌓인 쓰레기를 줍는데, 오늘은 안개가 시야를 가리니 어촌계 마당, 올레길가, 항구 주변을 청소한다. 모인 해녀는 30여 명. 일복과 햇볕가리개로 무장했다. 8시 반부터 두어 시간 일하면 통장으로 반나절 일당이 입금된다. 나는 그냥 집으로 들어왔다. 일도 안하면서 근처를 얼쩡거리는 게 미안해서다. ‘블루’ 테라스 아래에도 우묵장성처럼 자란 잡초를 제거하는 해녀들이 내려다보인다. 그런데, 왜 해녀만 갯닦기를 하는 걸까. 남자들은 왜 열외? 이따가 끝나면 베프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나저나 내일은 꼭 성게를 잡았으면 좋겠다. 힝~!